가상자산 '김프' 악용 범죄, 트래블룰 공백·은행 모럴해저드가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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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수익을 노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권 내에서 자금세탁 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조직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화송금이 이뤄졌는데, '김치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장이 됐던 가상자산 거래소와 외화송금 통로인 은행권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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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방지 전문가, "금융권 수준 자금세탁방지 필요해"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수익을 노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권 내에서 자금세탁 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까지 적발된 금액만 6조원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이상거래탐지(STR) 등 기존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나욱진)는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 이민근)과 불법 해외송금 사건을 합동 수사해 현재까지 주범 및 은행브로커 등 11명을 외국환거래법위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공범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도주한 1명은 지명수배 조치했다.
이에 조직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화송금이 이뤄졌는데, '김치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장이 됐던 가상자산 거래소와 외화송금 통로인 은행권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해당 주범 및 은행브로커들은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해외업체 계좌로 외화를 송금한 뒤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했다. 이를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한 뒤 가상자산을 매각해 '김치 프리미엄' 수익 공제 후 집금(돈을 거두어 모음)과 해외송금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겼다.
특히 이와 같은 불법 외화송금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2021년 12월 14일경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세탁을 감시할 뚜렷한 방안이 없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도입했던 '트래블룰(Travel Rule)'은 2022년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이 전송될 때 이를 중개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상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송신인과 신원정보 등을 주고받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 신원이 확인된 금융사 간 자금 이동이 가능케 한 SWIFT 제도를 차용했다.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허가가 된 거래소들끼리만 이전이 된다거나, 허가받지 않은 거래소는 코인이 안가는 등 안전하다 여겨지는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소수"라며 "금융권은 SWIFT망에 모두 가입하게 하는데 가상자산 업계의 경우 이런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트래블룰 도입 이후에도 가상자산 시장은 두 개의 솔루션으로 양분돼 있었다. 업비트는 기술 자회사 람다256을 통해 '베리파이바스프'를, 빗썸·코인원·코빗은 합작회사 코드를 통해 자체 솔루션을 제공했다. 베리파이바스프와 코드 중 어떤 솔루션을 채택할지를 두고 코인마켓 거래소들 사이의 줄세우기도 이뤄졌던 만큼 트래블룰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전 공백 기간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솔루션 간 연동은 다음달인 4월 26일 이뤄졌다.
시중은행의 '모럴 해저드'가 사각지대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은행들 간 외환 영업실적 경쟁 속에 송금사유나 증빙서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천문학적 외환 유출이 가능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은 5개월간 320여 회에 걸쳐 '반도체 개발비' 명목의 1조4000억원 규모의 외화 송금이 계속되는 동안 인보이스 외 추가 증빙자료를 요청하지 않았고, 담당 직원은 포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은행 한쪽에서만 자금세탁방지에 주력한다고 해서 (불법 외화송금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의심거래에 해당하는 시나리오를 고도화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함께 협업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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