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에 패대기친 산천어…3시간 고통 속에 죽어간다면 [영상]

김지숙 2023. 1.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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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화천 산천어축제 현장 르포
인공 얼음낚시터에 100만여 마리 양식 산천어 풀어
얼음에 던져진 산천어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손맛? 난 죽을 맛…이게 동물학대가 아니라니’ 영상 화면 갈무리. 애니멀피플.

“물고기는 늘 별종이다. 조용하고 무표정하고 다리가 없으며,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말처럼 산천어의 눈은 고요했다. 죽은 걸로 보였던 산천어가 갑자기 몸을 휙 뒤집었다. 입을 크게 뻐금거리며 꼬리 지느러미로 바닥을 수차례 탕탕 내리쳤다. 얼음 바닥에 내던져진 산천어 너댓 마리는 그렇게 죽어갔다.

어류도 인간처럼 통증 수용체가 있어 꼬집거나 찔리면 고통을 느낀다. 특히 입에는 통각 수용체가 몰려 있어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걸리면 극심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얼음 위 산천어는 더 느리게 죽어간다

지난 14일 강원 화천군의 얼어붙은 화천천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재개된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이하 산천어축제)가 두번째 맞은 주말이었다. 축구장 8개 면적(6만1054㎡)과 맞먹는다는 행사장은 화천대교부터 약 1.5㎞에 걸쳐 화천 시가지를 감싸고 있었다.

지난 7일 개막한 화천 산천어축제에는 개최 열흘 만인 현재까지 약 7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화천군 제공

사람들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꽁꽁 언 얼음 낚시터엔 사람들이 검은 바둑돌처럼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얼음 바닥 군데군데 물이 고이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2미터 간격으로 뚫어놓은 얼음 구멍, 그 구멍을 둘러싼 남녀·아이 어른, 모두 일사분란했다.

“줄을 바닥까지 길게 늘여서 흔들다 보면 잡혀요.” ‘친환경 낚싯대’를 드리운 한 참가자가 조언했다. 낚시에 ‘친환경’이 있을까? ‘낚시추(낚싯봉)의 소재가 납이 아니라서 친환경’이라고, 매점 주인이 말했다.

조언은 마치 구호처럼 사람들을 한 동작으로 몰고갔다. 앉은 이나 선이나 젊은이나 나이 든 이까지, 낚싯대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다들 무표정이었다.

“엄마~ 깜짝이야.” 5분쯤 지났을까. 놀라움과 공포가 섞인 비명과 함께 얼음 구멍에서 30cm는 돼 보이는 산천어가 튀어나왔다. 세 갈래 바늘이 한 묶음인 홀치기 바늘에 주둥이가 걸린 산천어는 가슴께까지 들어올려졌다 다시 얼음판으로 내던져졌다. “팔딱팔딱”, 발버둥칠수록 날카로운 바늘은 주둥이 깊숙이 박혔다. 그렇게 오랫동안 산천어는 몸부림쳤다.

오직 축제를 위해 키워진 100만 마리

얼음판 위에 던져진 산천어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류는 갑자기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는다. 얼음은 물고기의 질식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2002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 논문에 따르면, 실온의 연어는 의식을 잃는데 2분 30초,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데 11분이 걸렸다. 그러나 0도에서는 의식을 잃는데 9분, 움직임을 멈추는데 3시간이 걸렸다. 더 참혹하게 더 천천히 죽어간다는 얘기다.

14일 산천어 맨손잡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입수을 준비하고 있다. 풀장에는 미리 풀어둔 산천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산천어축제는 매년 1월 3주간 열린다. 한 해 100만여 명 이상이 축제를 찾는다.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는 강원 춘천·양양·강릉, 경북 울진·봉화 등 전국 18개 양식장에서 길러진다. 올해는 총 171.5t, 약 100만여 마리가 축제를 위해 화천으로 집결했다. 전국에서 양식 중인 산천어의 90%에 달하는 물량이다.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는 화천에 살지 않는다. 축제에 이용되는 산천어들은 토종 산천어와 일본이 고향인 붉은점산천어의 잡종이 대부분이다.

학대의 하이라이트, 맨손잡기

맨손잡기 체험은 산천어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오후 1시 사회자 마이크를 들었다.

“아이들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체험, 재미난 체험, 짜릿한 체험! 함께 하자고 아빠한테 막 졸라. 아빠가 안 해주면 바닥에 막 누워 있어. 이런 거 왜 맨날 아빠만 해야 돼요. 엄마들도 얼른 나오세요.” 어디선가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이 100여 명에 달했다.

환경·동물단체들은 맨손체험이 산천어에겐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람은 세균 감염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참가비 1만5000원을 내고 직접 물에 뛰어들겠다 자원한 사람은 50여 명이 넘었다.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다. 사회자가 만세 삼창을 선창했다. 간이 수영장엔 무릎 높이의 물과 산천어가 가득했다.

제한시간 10분, 1인당 최대 4마리까지 잡을 수 있었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양손을 물 속에 넣어야 하니 참가자 대부분은 시작과 동시에 상체가 흠뻑 젖었다.

“벽 쪽으로 몰아서! 난간으로 쳐올려!” 우왕좌왕하던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꿀팁’을 듣고 힘을 냈다. 산천어들이 물 밖으로 던져지기 시작했다. 사람 손을 피해 가장자리로 피했던 산천어들도 무력하게 밖으로 던져졌다. 참가자들은 그 산천어들을 티셔츠 상의에 넣어야 했다. 4마리까지 잡을 수 있었으므로. 물론 4마리까지 잡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루라도 더 살아보려는 산천어의 몸놀림은 사람들 손보다 빨랐다. 춥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풀장에 남아 산천어 3마리를 잡은 한 중년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거의 매년 축제를 찾아 연초에 맨손잡기를 한다고 했다. “손맛! 손맛이 좋잖아요. 이걸 해야 한 해 운이 잘 풀려.”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은 반팔과 반바지를 착용하고 풀장에 들어가 제한된 시간 내에 산천어를 잡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마리를 잡은 참가자들은 옷 속에 산천어를 넣고 나와야 한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사람에게도 유해할지 모른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야생동물의 ‘접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동물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접촉이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뼈져리게 깨닫는 중이다.

산천어 맨손잡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이런 동물 체험이 동물에게 스트레스, 공포, 상해를 유발할뿐 아니라 인간에게 세균, 전염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정예찬 연구원은 “한정된 공간에 굉장히 여러 사람과 물고기가 섞이기 때문에 위생적일 수가 없다. 물 속에 물고기의 배설물이 있을 수도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다가 지느러미에 다치기라도 하면 세균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잡은 산천어는 구이나 회로 축제장 안에서 조리된다. 화천군이 특수제작한 산천어 구이용 난로.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2019년 맨손잡기를 없애달라는 11개 동물, 환경단체들의 요청을 화천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거부했다. 2020년엔 단체들이 화천군수와 행사 주최인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를 각하했다.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보호법 보호 대상이 아니고, 산천어는 애초에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되었다’는 사유였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당장 산천어축제를 없애기 어려울 수 있다.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산천어 맨손잡기부터 중지하고, 동물친화적 축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여운 산천어’는 질식 중

산천어축제를 찾는 사람은 연간 100만여 명이 넘는다. 화천군은 인구 2만4000명의 시골이 대한민국 대표 축제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매년 축제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동물학대가 아니라는 검찰의 판단도 화천군의 든든한 ‘우군’이다.

얼음 위로 던져진 산천어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는다. 저온 환경에서 연어는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는 데까지 3시간이 걸린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검찰의 판단으로 이 문제를 끝맺을 수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예닐곱 살의 어린이는 “귀엽고, 예뻐서” 산천어가 좋다고 했다. 우리는 식재료를 귀엽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린이에게 산천어는 귀엽고 예쁜 ‘생명’이지 않을까. 이 어린이에게 ‘귀여운 산천어’는 지금 고통스럽게 숨통이 막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건 잔인한 일일까.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물 밖으로 나온 산천어는 팔딱팔딱 계속 몸을 뒤집고 있었다.

화천/글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참고 서적: <물고기는 알고 있다>(조너선 밸컴, 2016년), <동물에게 다정한 법>(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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