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차보다 온실가스 많이 배출?…소는 왜 누명을 썼나

남종영 2023. 1.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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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특별기획|소는 억울하다
④ 슈퍼 저탄소 소와 기후정의
지구 탄소순환의 거대한 톱니바퀴인 반추동물
우리가 대량 생산해놓고, ‘기후악당’이라고 손가락질
이제 동물에도 정의로운 기후대응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저메탄 사료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살아있는 모든 것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똥을 싸면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 양, 사슴 같은 반추동물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500년 전 미국 대평원에서 3천만∼6천만마리 살다가 지금은 급감한 아메리카들소, 소비자본주의 시대 식품 문화의 톱니바퀴인 10억마리의 소 같은 동물은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 변수다.

반추동물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풀을 뜯어 먹고 살기 때문이다. 이 동물은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뻣뻣한 풀을 소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이 발생한다. 잦아지는 기상 이변을 목도하며 지구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소를 기후위기 시대의 주범으로 보는 정서 또한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를 ‘고기 생산기계’로 보거나, (이를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쾌고감수 능력(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존재’로 봤지요.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저탄소 경제에서 소의 문화적 재현을 연구한 영국 엘지시(LGC∙생화학 분야 표준기관)의 짐 오몬드 박사는 2020년 학술지 <클라이미틱 체인지>에서 소는 기후위기 시대에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으로 취급받고 나아가서 상황을 반전시킬 ‘기후 구원자’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뭐가 진짜야?’)

통계의 오남용과 반쪽짜리 진실

하지만 소의 기후변화 책임론은 ‘통계의 오남용’으로 인해 과대 평가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격이 다른 온실가스의 ‘부문별 배출량’과 ‘전주기 배출량’을 구분하지 않고 일대일로 비교할 경우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숲을 방목지로 바꾸는 토지 변화 그리고 사육 방식과 기술 수준에 따라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역에 따라 ‘천지 차이’라는 점도 판단을 그르치는 요인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단순히 신뢰감을 주기 위해 통계를 맥락과 관계없이 갖다 쓰면 현실이 왜곡된다.

대형 초식동물은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 고리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아메리카들소. 게티이미지

2011년 국내 한 자동차업체가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견줘 자사 하이브리드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광고했다가 축산농민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소는 전주기 배출량의 수치를, 자동차는 부문별 배출량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농업, 수송, 에너지 전환 등 각 부문과 그 하위 활동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소의 경우, 트림을 통해 나오는 메탄은 농업 부문 ‘장내발효’에, 분뇨는 농업 부문 ‘축산분뇨’에 산정된다. 각 나라가 산정해 유엔에 보고하는 이것이 바로 ‘온실가스 부문별 배출량’이다.

반면, 전주기 배출량은 주로 학계 등 민간에서 특정 소비행위의 파급 효과를 보기 위해 산정한다. 소고기의 경우, 소가 내뿜는 장내발효와 분뇨 온실가스를 비롯해 숲을 벌목해 방목지와 사료작물 재배지로 만드는 행위(토지 변화), 작물을 기르기 위해 비료를 쓰는 행위, 소와 소고기를 수송하는 행위 등 소고기 관련 생산∙공급망이 지나가는 여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죄다 합한다. 따라서 전주기 배출량은 부문별 배출량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축산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수송부문의 배출량보다 많다’며 언론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흔한 주장은 이렇게 범주가 다르다는 걸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0년 이상 한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구하고 있는 김경훈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도 기후변화에서 만연한 통계의 체리피킹(특정 정보를 취사선택해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과 스토리텔링의 오류를 지적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3배 높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기사나 콘텐츠에서 소의 메탄 발생량을 이산화탄소량으로 이미 환산해놓고, 그 뒤에다가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몇 배 높다고 덧붙여요. 독자들을 오해하게 합니다.”

소가 뒤집어쓴 ‘탄소환원주의’

그럼, 소가 진짜로 배출하는 온난화 효과는 어느 정도 될까?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이유경 연구사의 말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 정도가 농업 부문에서 나온다고 보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농업부문 배출량이 그보다는 적어서 3% 안팎으로 유지되고요. 그 농업부문 가운데 절반이 축산부문에서 나와요. 그리고 축산부문 중 소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절반 정도 되고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보면,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0.7%를 차지한다. 여기에 소 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를 더하면 소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1% 정도다. 소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 보기에는 민망한 수치다.

소고기 단위 무게당 소의 온난화 기여도는 외국보다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넓은 초원에서 방목되는 소의 메탄 배출량이 오히려 더 높기 때문이다. 질긴 풀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움직이는 데 에너지를 (인간 입장에서) ‘허비’하므로, 그만큼 많이 먹고 메탄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소는 좁은 밀집 사육 환경에서 소화가 쉬운 곡물 사료를 주로 먹고 자란다. 역설적이지만 ‘갇혀 사는’ 한우가 드넓은 목장을 활보했던 호주산 소의 고기보다 ‘기후친화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에게 편한 환경이라면 기후위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한우와 호주산 소고기, 무엇이 기후친화적일까?’)

착유기를 이용해 젖소에서 우유를 뽑아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방목 소를 좁은 공장식 축산 농장에 가둬야만 하는 걸까?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운동을 제한하고, 메탄 생성균을 잡는 항생제와 사료를 투입만 하면 되는 걸까? 메탄 배출량이라는 숫자를 줄이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다.

짐 오먼드는 기후변화의 노력이 숫자로 환원되는 경향에 우려를 표시한다. 탄소 배출량만 줄이면, 기후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사람과 동물의 삶이 행복해지고 생태계가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숫자에 매달리다 보면, 다수 종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침해될 수 있다. 이른바 ‘탄소 환원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다.

짐 오먼드는 세계적인 낙농기업들이 탄소 감축 목표를 내세우며 최소한의 사료로 생산량은 늘리되 메탄 배출량은 줄이는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슈퍼 저탄소 소’를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이다.

“우유 1리터당, 햄버거 한 개에 온실가스를 얼마큼 줄이겠다는 ‘효율성 모델’의 해결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소비가 계속 증가하면 절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허점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저메탄 사료를 개발해 2030년까지 한육우, 젖소 사료의 30% 이상을 보급하는 등 기술적 해결책에 중점을 둔 축산환경개선대책을 지난 2월 발표했다. 하지만 소고기 소비를 줄여 소 사육두수 감소를 유도하는 등 절대적 배출량을 줄이는 계획은 빠졌다.

억울한 소들의 탄생을 막는 것

기후위기의 피해자는 인간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야생동물을 멸종시키고, 동물복지를 악화한다.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폭염으로 환기가 안 되는 비좁은 축사에서 가축 2010만마리가 죽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동물의 희생을 요구하는 게 옳은 일일까?

2030년 ‘탄소중립 섬’(CFI)을 목표로 뛰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추진됐던 5.56M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주민 갈등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훼손 논란이 벌어진 끝에 2020년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됐다. 환경운동 진영 내에서도 ‘다급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022년 11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태지평 연구소의 명호 소장은 28일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은 쌍생아”라며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등 국제적인 흐름은 인간의 경제활동 때문에 발생한 두 위기를 함께 다루지 않으면 둘 다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법’에서도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은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석탄 등 화석연료 산업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동시에 젠더와 세대,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생을 떠안아서 안 된다는 ‘기후정의’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기후정의의 주체에 사회적 최약자인 비인간동물도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의 최명애 연구교수는 “에너지 빈곤층에 난방 온도를 낮추라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없듯이 지난 세기 인간 활동으로 고통을 받거나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종들에게 희생하라는 것 또한 정의롭지 않다”며 “인간중심적이었던 기후정의의 대상을 비인간으로 확대 적용하자는 논의가 외국 학계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기후변화 대응, 동물에게도 정의로울 것’)

※소의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적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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