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강 건넜으면 뗏목 버려야

송연순 기자 2023. 1.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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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세몰이에 나선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출마를 저울질 중인 나경원 전 의원측간 비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자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장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은 지금 '장제원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며 "부디 당을 위해 눈물의 전면 후퇴를 해주길 요청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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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대 앞두고 비방전 격화
"내년 총선 공천권 겨냥한 파워게임"
'계파정치' 폐해 지적 목소리도 높아
송연순 논설위원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세몰이에 나선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출마를 저울질 중인 나경원 전 의원측간 비방전이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직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거스르고 출마를 적극 검토하자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이라는 징계를 내리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해임 발표를 기점으로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공세도 본격화됐다. 나 전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핵심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을 향해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고 직격 하자, 친윤계는 '제2의 유승민', '반윤 우두머리' 등 맹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진박 감별사' 논란은 사실상 보수진영 궤멸의 서곡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앞서 2015년 11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며 진박(진짜 친박) 감별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주류였던 친박계는 '진박'을 자처하며 '비박'의 유승민계를 압박하고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으로 불붙은 계파 간 갈등은 총선패배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여당 내에선 '친윤계'와 '비윤계'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이번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에서 '2016년 새누리 공천파동'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급기야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나서 "친윤, 반윤 말 쓰지 말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자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장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은 지금 '장제원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며 "부디 당을 위해 눈물의 전면 후퇴를 해주길 요청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친윤 진영이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면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파워게임'의 전초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본격화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총선 공천권을 놓고 벌어지는 헤게모니(패권) 싸움이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3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총선 승패에 따라 국정동력이 달라지는 만큼 대통령실이 여당 대표 경선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마음이 맞는 당 대표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실의 경선 개입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의 대표 경선은 윤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정치는 흔히 '타협과 협상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돼버렸다. 적과 동지의 구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이면에는 이른바 계파라는 '패거리 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집권당이 민생보다는 당내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의 정치혐오만 부채질할 뿐이다. 여당내 당권경쟁을 계기로 이른바 '윤핵관'과 '친윤' 등 계파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가에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동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윤핵관'이라는 뗏목을 버려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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