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기(適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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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 덧 보름이 훌쩍 지났다.
매년 1월은 새해를 맞아 각계 분야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여느라 분주한 시기다.
연구개발에 몰두 중인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신년맞이 연구·경영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며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새 비전을 안고 도약을 다짐하는 이때, 다수의 출연연에서는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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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 덧 보름이 훌쩍 지났다. 매년 1월은 새해를 맞아 각계 분야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여느라 분주한 시기다. 연구개발에 몰두 중인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신년맞이 연구·경영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며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누리호 3차 발사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지질자원 탐사 기술 개발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세계 최초 200Gbps(기가비트)급 6G 통신 개념 검증을 추진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각 출연연은 저마다 최근 기관 로드맵을 발표하며 청사진을 쏟아냈다.
새 비전을 안고 도약을 다짐하는 이때, 다수의 출연연에서는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미 임기가 종료됐거나, 곧 임기가 종료되는데도 앞으로의 거취를 알 수 없는 기관장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다수의 출연연 원장들은 올해 상반기 내로 3년 공식 임기를 마친다. 사실상 무더기 임기만료가 예고된 셈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전임 원장은 새 원장 선임 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식 임기가 아닌 탓에 '반쪽 짜리'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레임덕도 피해갈 수 없다.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모호하다. 결국 새 기관 로드맵을 선포해야 할 연초는 이들에게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출연연 중 가장 시급한 곳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다. 기초연 원장은 이미 지난해 4월 30일 공식 임기가 끝났다. 지난해 12월 원장 선임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긴 했으나, 과반 득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새 원장 선임을 위한 절차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 임기가 종료된 화학연구원장과 에너지기술연구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곧 임기가 끝나는 생산기술연구원, 표준과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도 리더십 소강 상태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현 원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턴 신임 원장의 선임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당연한 일인데도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 기술패권 경쟁시대인 만큼, 이제는 '적기'에 뽑는 게 당연시돼야 한다. 지금처럼 늑장 선임 관행에 머무르다간 부작용만 속출할 게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도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 강국을 표명한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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