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FT, 실체 없는 듯해도 모든 실물과 연계되는 기술”…NFT 이해의 첫걸음

전태훤 선임기자 2023. 1. 1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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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전도사’ 유상희 경남제약스퀘어 총괄이사의 NFT 이해하기
“NFT로 묶인 커뮤니티는 충성도 높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
탈중앙화 기술에 정부 개입 불가피한 ‘역설’도 존재
“거품 논란 있지만 지금은 옥석 가리는 중…엎어질 기술 아니야”

다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세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종의 가상 진품 증명서 정도로 설명할 수는 있겠는데, 이게 말처럼 그리 딱 와닿지 않는 이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

알듯 모를듯한 모호한 경계에서 나만 신기술 트렌드에서 뒤처지는 것 아닐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터. 대체 NFT란 무엇인가?

NFT 이해와 대중화를 위해 NFT ‘전도사’가 나섰다. 유상희 경남제약스퀘어 마케팅 총괄이사. 그는 자신이 처음 NFT를 접했을 때의 어려움을 생각해 일반인도 쉽게 NFT를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하루 만에 끝내는 NFT 공부’를 최근 펴냈다.

작사를 전공하고 드라마 음악 작사와 문화기획 사업의 길을 걷다가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제약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며 인생 진로가 바뀐 그는 어떻게 NFT를 이해했고, 어떻게 NFT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그가 들려주는 NFT 세상이 궁금했다.

유상희 경남제약스퀘어 총괄이사가 NFT의 성장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NFT는 뭐고, 이것으로 뭘 할 수 있나?

“가장 쉽게 말하면 증빙 기술이다.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이다. 쉽고 빠른 증명 체계라 보면 된다. 그래서 어떤 것에도 접목할 수 있다. 실체가 없는 듯하지만, 실물과 연계되면 실존하는 기술이 된다. 또 기업엔 충성도 높은 막강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카테고리는 셀 수 없이 많다. 선불권이나 물품 교환, 작품 증빙, 게임 아이템, 보험 증빙으로도 쓰일 수 있다. 또 공익적으로도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NFT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탈중앙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이용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 장치가 없다는 거다.”

-한국의 NFT 시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세계적으로 볼 때 NFT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초입 단계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IT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지만, NFT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좀 처졌다. 아시아권에서만 봐도 NFT에 대한 한국의 시장 참여도는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니다. 이용∙판매 인구로 놓고 봐도 5위권 밖이다.

이유가 있다. NFT는 보상을 기반으로 한다. 보상이 만족할 만큼 따라줘야 하는데, 한국에선 보상이 약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늦다고 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NFT가 우리보다 활발한 편이다. 예컨대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선 NFT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용자가 월 40만원도 벌 수 있는 구조가 돼 있다.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이라고 하는 P2E(Play to Earn)다. 이런 나라에선 P2E 게임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NFT가 더 활발할 수 있는 거다.

한국에선 P2E 게임 서비스가 안 된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이런 규제 탓에 우리나라의 NFT 성장이 가로막혀 안타깝다. 서둘러 입법화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NFT도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받아 세금도 내는 등 양성화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안전해지고 시장도 커질 거다.”

-기업은 어떻게 NFT를 활용하고 있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NFT는 마케팅에 많이 활용된다. 신세계나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은 NFT를 묶은 상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용자들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데, 이용자들이 이런 커뮤니티에서 24시간 소통하며 기업에 충성도를 올려주고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다. 내가 속한 회사도 수만명의 NFT 커뮤니티 회원이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NFT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증빙하고 기록하는 모든 것이 NFT의 영역이라 보면 된다. NFT는 모든 거래에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거래가 안전하게 이뤄지려면 에스크로(escrow) 기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이 개인과 기업의 안전 거래를 지키는 역할을 하듯, NFT는 개인과 개인 간 직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기술이 된다.

문제는 NFT가 탈중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건데, 이런 기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중앙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거다. NFT의 매력이 탈중앙화에 있는데,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양가적 측면이 생기는 역설이 생긴다. 이런 부분에서 NFT는 어떻게든 변화를 거치게 될 것 같다.

(NFT는) 기술인데 투자 수단으로만 보는 게 안타깝다.”

유상희 경남제약스퀘어 총괄이사가 NFT 거품 논란이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엎어질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태훤 선임기자

-NFT 거품은 없나?

글로벌 NFT 열풍을 이끌었던 NFT 컬렉션 ‘지루한 유인원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 BAYC)’을 기반으로 한 3부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지난해 중단됐다. ‘크립토 윈터(가상화폐의 가치가 폭락하고 거래량이 저조한 시기)’ 등 전반적인 가상화폐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제작사인 코인베이스는 첫 작품 공개를 한 달여 앞두고 11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들어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거품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진행 중이던 NFT 프로젝트 10개 중 8개는 망했다. 물론 크립토 윈터가 가상화폐 침체에 영향을 준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 무분별하게 발행된 NFT는 거품이 꺼질 거다. 하지만 대박 난 프로젝트도 많다. NFT는 엎어질 기술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도 닷컴 버블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국 거품이 아닌 거로 드러나지 않았나. 지금 일부 NFT는 거품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때문에 전체가 거품으로 몰리는 부분은 아쉽다. 아직 결과가 나온 시장이 아니다. 지금 거품을 말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조심할 점도 많다던데.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는데, NFT 거래를 할 땐 정말 신중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료로 NFT를 발행해 주는 경우엔 특히 그렇다. NFT가 무료로 발행된 경우 거래 수수료가 붙는데, 이때 클릭 한 번에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금액 숫자들 사이에 들어간 소수점이나 쉼표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소수점과 쉼표에 따라 금액 차이가 어마하게 달라질 수 있다.

접속 주소도 정말 잘 봐야 한다. 진짜처럼 만든 가짜 사이트와 가짜 프로젝트에 당할 수도 있어서다. 언뜻 구분하기 어려운 대문자 ‘I’와 소문자 ‘l’을 바꿔 놓은 가짜 사이트에 당하는 사례도 있다. 비밀번호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NFT를 갖고 있어도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내 것임을 증명할 길이 없어진다. 어떤 식으로 저장하고 기록해 두든 잊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보상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지나치게 부풀린 로드맵을 제시하는 NFT는 피하는 것이 좋다. 소위 ‘먹튀’가 NFT에도 있다. 발행 회사와 파트너를 검증하고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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