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스위스 경제외교 돌입···시장 중심·규제 완화 ‘세일즈 외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가 열리는 스위스에서 ‘경제 외교’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3박4일 스위스 방문 동안 메시지의 초점은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연대에 맞췄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들에 ‘연대와 협력’을 촉구하며 세일즈 외교를 펴는 게 골자다. 본격적인 경제 외교 첫 일정도 국내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시장 중심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한국 투자 확대를 촉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규제 완화도 재차 언급해 해외 투자 유치 과정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방문 이틀째인 이날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 행사에서 줄곧 ‘시장 중심’, ‘시장 관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을 시작하며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찬을 마무리하면서는 “앞으로 한국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다”고 했다. “시장의 통합은 문화를 바꾸고, 사고방식을 바꾸고, 비슷한 생각을 갖게 만듦으로써 더 큰 번영을 이뤄내게 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도 말했다.
이날 행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국내외 주요 기업인들과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기업인들 중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인텔, IBM, 퀄컴, JP모건, 무바달라, 블랙스톤 등 15곳의 글로벌 기업 CEO들도 함께 자리했다.
“제도가 안 맞으면 알려달라” 규제완화 걸고 한국 투자 독려
윤 대통령은 사전환담에서부터 규제 완화,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에 맞춘 제도 변화 등을 강조하며 한국 투자를 독려했다. 제임스 쿨터 티피지(TPG) 공동 대표가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시장을 열고 만들어 놓을 테니 많이 들어와달라”며 “(기후 변화 관련) 규제보다는 탄소중립으로 효율적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 맞으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해외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갈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경제정책 기조를 재차 확인하며 투자 확대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기조 아래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노조 힘빼기’ ‘노사 법치주의’에 초점을 맞춘 ‘노동개혁’ 등 정책을 펴 왔다.
윤 대통령은 ‘베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이사회 의장이 복합 위기 해결책에 대해 묻자 “다자주의, 자유무역 체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다자주의,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연대만이 공급망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국가 간 연대 협력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 정부와 기업 간 교차 협력으로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기술 혁신 및 기술 접근의 공정성을 고민하고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을 넘겨 1시간 50분간 진행됐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UAE 순방에서 만난 칼둔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 투자사 회장과는 사전 환담에서 가벼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칼둔 회장이 한·UAE의 바라카 원전 협력 등을 들어 “좋은 국가와 좋은 경험을 했다. 한국과 원전 외에도 더 많은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하자 “대한민국 세일즈맨으로 모셔야겠다”고 화답했다.
스테판 슈왈츠만 블랙스톤 회장 겸 CEO는 “한국은 정말 영업하기 좋은 기업 친화적인 국가”라며 “대통령님은 저희 기업인 만큼이나 세일즈맨십을 보유한 훌륭한 세일즈맨, 우리보다 낫다”고 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 체이스 회장은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어도 직업윤리, 교육, 엔지니어링 기술, 개방성으로 아일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성공적인 국가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가능성의 나라”라고 했다.
다보스 경제외교 초점 ‘글로벌 연대’에
대통령실은 UAE·스위스 순방의 ‘경제외교’ 3대 키워드를 UAE·투자유치·글로벌 연대로 꼽아 왔다. 다보스 포럼 초점은 글로벌 연대에 뒀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전날 현지 프레스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윤 대통령의 경제외교를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보스포럼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복합위기에 도전해 어떻게 응전하고 구현해 낼지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의지를 각인시키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방문 기간 다보스 포럼 특별 연설에 나서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한 연대와 협력이 복합 위기 해결책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연대 등이 연설에 포함될 거라고 대통령실은 앞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리히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여러 위기와 도전이 있지만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길이라 확신한다”며 “스위스와 같이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술선도국들과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강력히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베스타스(VESTAS)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투자신고식에 직접 참석한 것 역시 ‘경제 외교’ 일환이다.베스타스는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인 덴마크 기업으로 한국에 터빈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아·태지역본부 이전도 추진하기로 했다. 투자액 규모는 3억 달러(한화 3700억)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6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회담을 언급하며 “이번에 소중한 결실을 맺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새로운 수출동력을 발굴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다보스 포럼 계기로 열리는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행사로 국내외 인사 200여명을 초청해 글로벌 의제에 대한 한국의 협력 의지를 표명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서는 자리다.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건 9년만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2030 부산 엑스포를 유치해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부산의 특성을 살려 각국의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국제 협력 프로그램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3박4일간의 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통해 취리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보스 포럼 등에 참석한 뒤 설 연휴 첫날인 오는 21일 귀국한다.
취리히·다보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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