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자파, 손풍기보다 낮다는데… 혐오시설 논란에 잇따라 ‘발목’
주민들 “초고압선 전자파 우려”
네이버도 주민 반대로 용인 IDC 계획 철회
한국이 아태지역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허브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선 IDC가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기업들이 잇따라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2019년 네이버가 용인에 IDC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포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IDC 평촌2센터를 건립하는 것과 관련,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안에 평촌2센터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목표인데 주민 반대로 공사가 멈추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면서 IDC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자파 기준 등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촌 지역 주민들은 LG유플러스의 IDC 평촌2센터 건립과 관련, 초고압선에서 나올 전자파가 우려된다며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서안양변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7㎞ 구간에 매설한 154kV(15만4000볼트) 지중선로다. 깊이가 1m에 불과한데다 다수의 초·중·고교와 주거지역이 근처에 있어 전기가 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자파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초고압선 매립과 관련해 절차적 하자나 위법성은 없었는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평촌2센터는 연면적 4만450㎡로 축구장 약 6개에 달하는 크기다. 지하 3층, 지상 9층, 약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급 규모다. 구글, 네이버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임차를 예약해둔 상태로 동영상 서비스뿐 아니라 인공지능(AI)·클라우드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거점이 되는 게 목표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IDC 건립 초기 계획부터 에너지 사용량 절감,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요소를 적용한 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10만명이 1년간 소비하는 전력인 140GWh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6만5000t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해 9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째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IDC 준공과 관련해 사업자가 주민 반대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도 지난 2017년 경기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2019년 계획을 철회했다. 전자파 발생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네이버는 결국 세종시로 데이터센터 부지를 옮겼다. 만약 LG유플러스도 주민 반대로 공사가 멈추게 된다면 올해 3분기에 준공을 완료하고 연내 평촌2센터 가동을 시작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국회 토론회까지 열렸다. 이재정·강득구·민병덕·이용빈·이탄희 의원은 ‘데이터센터 확산과 초고압선 부설에 따른 갈등해소 및 대책모색’ 포럼을 지난 16일 진행했다. 포럼에서 최영범 LG유플러스 전문위원은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WHO) 견해와 국내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손 선풍기보다 낮게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는 1998년 833mG(밀리가우스)를 인체 보호를 위한 전자파 국제 권고기준으로 제시했고, 2010년에는 권고기준을 2000mG로 상향했는데 우리나라는 초기 기준을 따르고 있다.
임윤석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책임도 “해외의 경우 네덜란드에서는 4mG의 전자파 가이드라인을 정해놨지만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며 “전기요금을 더 내는 대신 전자파 시설물을 멀리 떨어트려 달라는 사회적 합의가 담겨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연구관도 “국내에서 준용하는 국제 전자파 기준이 비영리 독립 기구의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준을 설정할 때 인체에 아주 적은 부분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레벨이 있으면 그 50분의 1 수준으로 기준을 만든다”고 말했다.
IDC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6월 기준 146개소(1742㎿)인데 2029년까지 한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신청한 수요는 466개소(3만2263㎿)에 달한다.
특히 아시아권의 주요 데이터센터가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 집중돼 있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최근에는 국내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 주요 국가와 네트워크 연결성을 확보하고 있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데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2022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네 번째로 IDC 시장 규모가 크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리츠톤은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1년 39억달러(약 4조8300억원)에서 2027년 58억달러(약 7조19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자파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앞으로 성장 가능성과는 별개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갑원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는 미래 산업의 중요한 인프라가 되고 있으나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문명 발전이 삶의 질을 높이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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