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중가 모델 없앤다… 저가·프리미엄 집중
가성비 애매한 중가 모델 입지 좁아져
전 세계 판매량은 1위인데 매출은 애플 절반
삼성전자가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라인업을 간소화할 전망이다. A시리즈에서 최상위 모델인 A73의 후속 모델을 내지 않고 이보다 하위 모델인 A53, A33의 후속 모델만 나온다는 것이다. 포지션이 애매한 중가 모델은 정리하고 갤럭시A 중에서도 저가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인 갤럭시S, Z시리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샘모바일 등 해외 정보기술(IT)전문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갤럭시A74를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갤럭시A 시리즈는 앞의 숫자가 높을수록 고성능이며, 뒤의 숫자는 연식을 뜻한다. 예컨대 지난해 출시된 제품명은 갤럭시A13, A23, A33, A53, A73 등인데, 후속 모델은 A14, A24, A34, A54, A74가 된다. A73이 가장 고사양 모델이며 A13이 가장 저사양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A시리즈 중 고사양 모델을 단종하는 절차를 수년 전부터 밟아왔다. 2021년 출시된 A72의 경우 하위 모델인 A52와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지난해 출시된 A73은 A53보다 더 빠른 프로세서와 더 큰 화면을 탑재했지만, A53과 같은 배터리 용량을 사용하고, 3배 줌 카메라도 없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할 때 상위 모델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A73은 주력 시장인 한국과 미국에는 출시하지 않았고 인도와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만 선보였다.
A73은 256GB 모델 기준 500달러(60만원) 수준이다.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고,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은 S시리즈를 선택하기 때문에 A73의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탑10′ 제품 가운데 A1, A3, A5 등은 모두 이름을 올렸으나 A7 제품은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출시된 갤럭시A71 출하량은 1250만대였지만, 지난해 갤럭시A73 물량은 300만대 수준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갤럭시A74를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A74가 성공하거나 매력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후속 모델이 출시되면 가격이 인상되기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더욱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지고 포지션이 애매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항상 스마트폰 제품을 간소화하고 정리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A74 출시를 접는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중가폰을 정리하고자 고민하는 것은 스마트폰 판매량만 보면 전 세계에서 1위지만 매출은 애플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전략에 성공한 애플과 다르게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중저가 모델 위주로 많이 팔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은 아이폰으로만 426억달러(약 5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반면,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매출은 32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 저가 제품군으로 판매량을 담보하되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갤럭시A54의 올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A53 출하량은 1500만대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000만~2300만대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갤럭시A74가 출시되지 않으면 A54가 A시리즈 중 최고 성능으로 올라서고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A54 사양은 풀 HD+ 해상도와 120Hz 재생률을 갖춘 6.4인치 슈퍼 아몰레드 화면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50MP 기본 카메라, 12MP 초광각 카메라, 5MP 매크로 카메라 및 32MP 셀카 카메라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엑시노스1380 프로세서, 6GB·8GB 램(RAM), 128GB·256GB 저장 용량과 5100mAh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 트렌드에 맞춰서 MX사업부도 플래그십 중심의 성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라며 “갤럭시만의 핵심 경험과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화한 새로운 갤럭시S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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