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빠진 우리금융…차기 회장 구도 변화는
기사내용 요약
손태승 회장, 전날 연임 대신 용퇴 결정
금융당국 전방위 압박 영향으로 풀이
'관치 논란'에 내부 출신 후보 부각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르게 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연임 포기' 압박을 받아온 손 회장이 물러나면서 관치 및 낙하산 논란을 덜 수 있는 내부 출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했으나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임추위는 자회사 대표, 지주 및 은행 일부 임원, 해외 법인장 등 내부 출신 후보 약 20여명과 외부 후보 10명을 검토해 10명 내외의 롱리스트를 선정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임추위를 앞두고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왔다. 이에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후 손 회장을 향해 사퇴 압박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달 5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 고려 여부와 관련해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전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의 용퇴에 대해 "금융감독원 처분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 처분으로 상당 기간 여러 이슈가 있었다"며 "개인적인 의사 표명에 대해 뭐라고 말씀드리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기관 제재에 대한 소송은 이해관계 문제가 있는 만큼 손 회장이 있을 때 하기보다, 다음 지주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하는 게 상식적인 선에서 볼 때 더 공정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관치·낙하산 논란에 내부 출신 부각
현직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부각되고 있다.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도 거론된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라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용퇴를 결심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기업은행도 내부 출신인 김성태 신임 행장이 임명된 바 있다.
이 행장은 손 회장의 용퇴와 함께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데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전날 금감원장과 시중은행장간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제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전혀 아닌 것 같다"고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외부 인사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임 전 위원장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기재부 제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한 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다만 외부 출신이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될 경우 노조 반발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임추위는 27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초 최종 후보자를 가릴 계획이다.
손 회장의 임기는 3월25일 만료된다. 우리금융 정관에 따르면 임추위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주총 소집 공고는 통상 3월 초 이뤄진다. 차기 회장은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임명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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