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멈춰선 '중대재해' 물류센터 공사현장…"난 관계 없으니 묻지말라"
지난 17일 낮 경기 화성시 팔탄면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은 을씨년스러웠다. 9000평 남짓 공사 부지는 5m 높이 철제 가림벽이 둘러쌌고 2차선 도로에 접한 차량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낮 11시쯤부터 한시간쯤 기다렸지만 트럭 한대도 공사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가림벽 너머 공사장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차량 출입구 옆에는 작업자들이 다니는 2m 높이 통로가 있었다. 통로 양 옆에 '여기서부터 안전이 시작됩니다' '안전은 행복을 약속합니다' 문구가 써 있었다. 통로 오른편에 노란색 '작업중지 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명령서 '작업중지 사유'를 보니 "중대재해 발생"이라 적혀 있었다.
이곳 공사장에선 지난 14일 오전 7시49분쯤 큰 사고가 발생했다. 크레인이 틀비계(이동형 발판 계단)를 인양하던 중 철근 구조물을 건드려 무너뜨렸다. 신호수로 일하던 60대 남성 A씨는 무너진 철근에 깔려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를 부검하고 '다발성 골절로 사망했다'고 구두 소견을 냈다. 이 사고로 베트남 국적 30대 남성 B씨, 한국 국적 40대 남성 C씨도 크게 다쳤다.
이 공사장은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의 냉동·냉장·상온 창고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공사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공사 진행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망자가 발생했고 물류창고 공사금액이 50억원을 넘기 때문에, 이 사고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전면 중지가 아니라 부분 중지를 명령했다. 중량물 취급 작업만 하지 않으면 된다.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 관계자는 "고용부 명령은 그렇다"면서도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공사장 내부에는 현장근로자들과 공사 업체 관계자 열댓명이 있었다. 요진건설산업 관계자는 "사고 조사에 협조하고 현장을 관리할 담당자들만 남겨뒀다"고 했다. 차량 출입구 아래 틈새로 들여다보니 인부 두명이 걸어다녔지만 공사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정오가 되자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출입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약 200m 떨어진 한식뷔페에 들어서는 이들 낯빛이 어두웠다. 사고 당일 상황을 묻자 이들은 "나는 (사고와) 관계가 없다"며 답을 거부했다.
공사장 경비원은 "초상집 분위기인 곳을 왜 찾아왔느냐"며 통로 출입문을 닫았다.
식당 사장은 "사고 전에는 아침 점심으로 사람이 많았다"며 "사고 후에는 식사하는 인부가 확 줄어서 분위기가 전 같지 않다"고 했다.
고용부는 사고 당일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하고 요진건설산업이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전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되면 시공사 요진건설산업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10억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지원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광역사고조사센터와 본부 현장조사단이 사고 현장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안전관리원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국토안전관리원 조사관들은 4시간 조사를 마치고 오후 2시20분쯤 공사장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공사 시설물을 조사해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했다.
화성서부경찰서도 고용부 고발, 수사 의뢰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아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 경찰은 현장 책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현장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시공사 요진건설산업은 지난해 1월27일에도 성남시 공사 현장에서 인부 2명이 추락사고로 사망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았다. 이날 기준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요진건설산업 관계자는 "두 사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화성(경기)=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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