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음악의 신에서 마약사범 몰락…단초는 '한마디'

마약 전과 2회 돈스파이크, 3333회분 필로폰 매수…진술 바탕으로 수사
1심 재판부 "징역 3년에 집유 5년"…검찰 "처벌 수위 낮아" 항소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돈스파이크와 마약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마약 불법 투약 혐의로 체포된 한 여성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낯익은 이름이었다. 경찰은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유명 작곡가 겸 연 매출 43억원의 사업가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의 덜미가 잡힌 순간이었다.

지난해 9월26일 오후 8시쯤 김씨의 실체가 드러났다. 김씨가 수차례 마약을 불법 투약한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후 간이 시약 검사 결과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은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20.15g을 압수했다.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666회분에 해당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판매책과 지인으로부터 구했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마약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대마초를 구매·흡입한 혐의로 두 차례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마약 전과를 숨긴 채 MBC '나는 가수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고 고기 '먹방'으로 인기를 끌었다.

승승장구하던 김씨가 마약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댄 것은 2021년 12월5일이었다. 김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5g을 200만원에 구매해 차 안에서 공범 A씨의 도움을 받아 투약했다.

타락은 걷잡을 수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 9월26일 체포되기 전까지 9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매수하고 14차례 필로폰을 투약했다. 김씨가 매수한 필로폰 양은 100g이 넘었다. 이는 4500만원 상당으로 3333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김씨는 강남 일대 파티룸을 빌려 여성 접객원들과 마약을 투약하거나 지인을 불러 태안군에 있는 리조트에서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기도 했으며 엑스터시를 지인에게 건네기도 했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A씨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씨는 A씨의 계좌로 필로폰 대금을 송금했다. 이후 A씨의 계좌에 2~3차례 나눠 송금했다. A씨에게 필로폰을 숨겨둔 장소로 가서 가져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최후진술에서 "정말 죄송하다. 다시는 재범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2회의 마약 범죄 전력이 있고, 수차례 마약 투약을 했음에도 김씨는 실형을 면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또 3985만원의 추징금 납부도 명령했다.

이는 김씨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해 12월9일 법원에 '한 번뿐인 인생의 하이라이트일지 몰랐을 40대 중반을 지옥으로 만든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너무나 견디기 힘든 자책감과 자괴감까지 밀려온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적발이 쉽지 않고 재발 위험성이 높아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커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2010년 대마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여러 명을 불러들여 수차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는 등 범행 수법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에 협조하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대마 관련 범죄는 현재로부터 10여년 이전의 것이고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며 "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