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우리금융도 세대 교체…'CEO 연임' 공식 깨진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장고 끝 용퇴…"세대교체에 동참"
주요 금융권 CEO 모두 교체 수순…금융당국, 제도 개선 시사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가 모두 세대교체를 단행한 셈이 됐다. 지난 연말부터 금융당국이 "CEO 선임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한 결과인데, 금융권에선 당분간 CEO들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이사회 측에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달라"고 밝혔다.

그간 금융권에선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끝내 용퇴로 마음을 굳혔다. 이로써 손 회장은 올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고 퇴임하게 됐다.

손 회장의 사퇴로 지난 연말부터 올 1분기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들은 모두 세대교체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11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연임이 유력했던 CEO들은 모두 낙마하거나 용퇴하는 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표면적으로는 '세대 교체'이나, 결국 금융당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연말 금융권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기 직전부터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며 연임에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두고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과 없이 소송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도를 높였다.

금융권에선 이번 'CEO 선임 레이스'로 최고경영자들의 '연임' 관행은 깨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금융권 CEO들은 무리 없이 2~3연임에 성공해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네 번째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들이 무리 없이 계속 연임에 성공하다 보니,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횡령 등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CEO들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엔 여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의 참정권을 배제하거나, 사외이사로만 회추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CEO 선임 절차와 관련된 공정성·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가 지금 깊이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의견을 내거나 혹여 국회 논의가 있을 상황이 되면 함께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