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실거래가보다 2억 비싼 호가" 노원 재건축 투자 주의보
노원는 상계동과 월계동을 중심으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동네다. 현재 45개 단지, 6만7000여가구가 재건축 시기에 다다랐다. 노원구청 등에 따르면 상계주공1·2·6단지는 안전진단 E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3개 단지 모두 1980년대 후반 준공돼 2000가구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상계주공 1·6단지는 2021년, 2단지는 지난해 안전진단 당시 각각 47.5점, 54.13점, 52.58점을 받았다. '조건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D등급이다. 그러나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내놓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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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앞 상가의 공인중개사 A씨는 "6단지는 2~3년 전 상계동 주공 중에 가장 거품이 심했던 단지"라면서 "영끌로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이 많았는데 금리가 오르며 싼 값에 아파트를 내놓곤 했다. 최근 1년 사이 거의 5억원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노원구(-12.02%)다. 그럼에도 실거래가 대비 2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호가가 형성된 것은 재건축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6단지 바로 옆의 5단지는 지난 14일 GS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다. 37㎡ 단일 면적 840가구가 들어선 단지다. 6단지보다 1년 먼저 지어졌다. 노원구가 2017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됨에 따라 최근 거래가 거의 없었으나, 1·3 부동산 연착륙 대책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급매 호가가 6억~6억2000만원 정도로 더 오를 것"이라면서 "시공사 선정 이후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8억원짜리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지 입구 게시판에는 '재건축사업 정상화위원회'라는 이름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의결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현재 이 단지 재건축을 둘러싼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은 '정비사업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데 위원 해임 발의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5단지는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신탁방식을 택했다. 신탁사가 일정 비율의 보수를 받고 소유자를 대신해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2016년 사업이 중단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재개가 어려운 현장을 위한 대책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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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시영아파트는 인근 광운대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가 지나갈 예정이다. 왕십리에서 상계동을 잇는 동북선 월계역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엔 급매 계약서를 작성하러 온 이들이 있었다. 중개를 담당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완화 이후 물건이 나왔다 하면 팔리는 편"이라면서 "보지도 않고 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월계시영아파트는 인근 재건축 예정 단지보다 대지지분이 커 재건축 시 수익성이 높다"고 전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월계시영아파트 59㎡는 지난달 15일 5억1000만원(9층)에 팔렸다. 같은 달 50.14㎡가 5억8500만원(3층)에, 51.48㎡가 5억8400만원(12층)에 각각 거래됐다. 규제 완화책 발표 이후부턴 집값이 상승세를 탄 모습이다. 지난 11일 59㎡는 6억4750만원(1층)에 거래된 데 이어 현재 네이버부동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59㎡ 호가는 7억~7억2000만원 선이다. 광운대역이 바로 앞인 동의 고층 매물은 8억7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소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가격이 2021년 고점 대비 70% 정도"라며 "재건축 이슈가 나온 이후로 집값을 올리는 집주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1년 9월 59㎡가 9억8000만원(10층)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삼호4차아파트는 지난해 거래절벽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280가구가 입주한 59㎡ 매물은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이달 1건의 매매가 진행됐으나 가족간 직거래로 드러났다. 18일 기준 시장에 나온 동일 평수 매물은 하나뿐이다. 고층이며 호가는 7억원이다.
상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다"면서 "50㎡는 지난주 급매물 몇 개가 나왔으나 다 나갔다"고 말했다. 상가 한 켠에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이 있었다. 최근 안전진단 비용의 모금을 독려하다가 막 숨을 돌린 모습이다. 이날 만난 한 위원은 "주민들 모두 재건축에 긍정적인 반응"이라며 "기대감 때문인지 지금은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상계주공5단지는 노원역 4, 7호선 더블 역세권이라는 입지적 이점이 있어 재건축 시 유리하다"며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시적 이슈를 원인으로 하기에 흐름이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도 있으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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