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또 우크라 돕는 서방 '히틀러' 비유…美 "진심 불쾌" 반발(종합)

라브로프 외무장관, 연례 기자회견서 "美, 러 파괴 위해 나치 같은 전술 사용"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 "감히 홀로코스트와 비유하나…어처구니 없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김현 특파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의 대러시아 정책이 나치 히틀러의 대소 전쟁과 비교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강력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전멸시키기 위해 '최종 해법(Final Solution)'을 추진했던 것처럼 미국은 '러시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단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고 유럽을 정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나폴레옹 또는 나치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대리삼아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히틀러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법'을 원했던 것처럼, 서방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전략적 패배를 겪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해에도 '히틀러' 관련 발언으로 국제적인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해 5월일 이탈리아 레테4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인 출신인데 러시아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비나치화' 시키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글쎄, 히틀러도 유대인 조상이 있었으니 이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평화롭고 자유롭고 중립적이며 번영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며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반러 정책에도 우리는 수세기에 걸쳐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사이에 이어져온 문화적, 정신적, 경제적, 친족적 유대를 기억하고 있으며 반드시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을 향한 국제적 분노가 치솟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시 이스라엘의 총리였던 나프탈리 베네트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을 히틀러에 비교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불쾌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브리핑에서 "어떻게 감히, 그것도 자기들이 시작한 전쟁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느냐"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아니다"면서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존재가 위협받는다는 가짜 이야기를 지어냈고 우크라이나에 네오나치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뒤 명분 없이 침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히틀러와 홀로코스트의 측면에서 우리를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진심으로 불쾌한 태도 외엔 그것은 대응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