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망 29% 요양병원…땜질식 대책에 스러진 ‘고위험군’
고위험군 밀집 시설 집단감염 급증
전문가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 지적
지난 3년 코로나19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자체의 확산을 억제하는 ‘3T(검사·추적·치료) 전략’에서 기저질환자나 노인 등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왔다. 지난해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확산 이후 확진자 폭증 국면에서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정책 전환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고위험군 보호 대책에도 인구 10만명당 60살 이상 고령층의 사망률(통계청)은 지난해 195.6명으로, 2021년에 견줘 5.2배 늘었다. 같은 기간 20~50대 사망률은 4.4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대책 없이, 정부가 백신·치료제 처방 등 손쉬운 땜질 처방만 내놓으면서 고위험군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감염취약시설 집단감염
고령층의 사망률이 높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시설·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의 집단감염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입소자들의 면역력이 낮고 밀집된 구조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해 ‘코로나 무덤’으로 불린다.
실제 감염취약시설의 집단감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부터 최근까지 계속 증가 추세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부터 장기요양기관(노인요양시설·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주야간보호기관·단기보호기관)과 요양병원의 감염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10인 이상 집단감염은 △2020년(통계 집계를 시작한 10월~12월) 67건 △2021년 441건 △2022년 6052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 시설에서 집단감염된 확진자는 26만8986명으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2900만1135명) 100명 가운데 1명꼴이다.
요양시설·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은 사망자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요양병원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9.9%(48명), 2021년 9.5%(444명)에 그쳤지만 2022년엔 28.6%(7613명)로 급증했다.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 등으로 면역력을 갖추며 전체 치명률은 2.87%(2020년 3월)에서 0.08%(2022년 11월)까지 하락했지만,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의 치명률은 되레 치솟았다.
감염취약시설 대책은 사실상 ‘0’
감염취약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빈발하고 사망률이 높아졌지만, 이들 시설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 면회제한 조처가 반복적으로 시행됐을 뿐이다.
의료 역량이 열악했지만, 충분한 인력 보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요양원은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간호사(간호조무사)가 퇴근하거나 휴무일 때는 약 처방이 불가능했고, 요양병원은 의료진이 있지만 기저질환자나 고령층 확진자를 치료할 만한 전문 인력과 격리시설이 부족하다. 이들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환자를 일반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 12월부터 음압격리병실과 의료·돌봄 인력이 지원되는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지정했지만, 확진자와 병상 가동률에 따라 지정과 해제를 반복해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감염취약시설의 사실상 유일한 고위험군 대책으로 의료기동전담반(노인요양시설이 코로나19 대면진료를 요청하면 의료진이 시설을 방문해 진료하는 제도)을 운영 중이지만 이용 실적은 미미하다. 전담반의 대면진료 환자 수는 운영 초기인 지난해 4월 3920명에서 지난해 11월 38명으로 크게 줄었고, ‘코로나 먹는 치료제 처방’ 역시 같은 기간 279건에서 2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고위험군 죽음 막으려면
3년간 고위험군 사망이 되풀이된 까닭은 다인실 구조와 열악한 환기시스템, 인력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하는 다인실 구조 변경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환기시스템 등 환경 개선 조처는 지지부진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방역’의 대표적 사례로 요양병원 환기시설 개선 계획을 발표해 지난달 관련 연구 용역을 마쳤지만, 의료계 협조 등이 필요해 시행 시기는 묘연한 상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6년 요양병원 병실 1곳당 최대 병상 수를 6개로 줄이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이런 기준은 신·증축 요양병원에만 해당해 기존 요양병원은 병상 수 제한 없이 운영되는 한계가 있었다. 요양원도 다인실 중심으로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를 보면, 요양원 환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4인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3인실 사용은 23.5%, 2인실 18.2%, 1인실은 3.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껏 해왔던 사후 ‘땜질식 대응’으론 고위험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재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저수가 운영 구조에선 종사자들의 감염 교육은 물론 환기시설 개선 등 감염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몇십년 전부터 감염취약시설 환경을 개선해 고위험군 피해가 우리보다 적었던 일본처럼 단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고위험군 확진자의 사망률을 낮추려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살던 곳’, 즉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서비스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는 “재택치료의 핵심은 상황이 악화됐을 때 이를 알아보고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두가지가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택치료를 실시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재택치료가 사회취약계층인 고위험군에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집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경 탓에 시설이나 병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개인의 욕구에 맞는 의료와 돌봄 서비스가 충족될 수 있도록 얼마 전 시범사업이 종료된 커뮤니티케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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