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잠행 중인 나경원 측 “다양한 형태로 갈등 진화 위해 고심 중”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사진)이 다시 '잠행 모드'다.
나 전 의원은 18일 오후 참석이 예정됐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나 전 의원은 거세지는 친윤(친윤석열)계의 불출마 압박에도 '1일 1건' 이상의 공개 일정·메시지를 이어오며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의 당권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날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대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격' 입장문 발표 후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통화에서 일정 취소와 관련해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자신의 거취 문제로 논란이 빚어진 상황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분리하는 전략으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호소해왔다.
그러나 김 실장의 입장문은 사실상 윤심이 내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실장은 입장문에서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나경원)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는데,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여기에다 전날 자신을 맹비난한 초선의원 성명 연명자가 이날 현재 50명으로 늘고 있고, 재선 그룹에서도 집단 행동 움직임이 일면서 나 전 의원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나 전 의원 측은 통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갈등을 진화하고자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도 일부 원내 인사들과 연락하며 향후 행보를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까지 여론 수렴을 시도하는 모습에 사실상 출마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측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직을 둘러싼 '논쟁 팩트체크' 자료를 정리해 배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레이스를 위해 '공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반박하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저출산 부위원장직이 "민간인 신분"이며 애초 다른 국민의힘 의원이 맡기로 했다가 대통령실 수석이 제안해 맡게 됐다는 등 내용을 7개 질의응답 항목으로 정리했다.
물론 "나 전 의원이 끝까지 압박감을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윤계는 이틀째 나 전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불출마를 압박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 대해서 큰 결례를 범한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친윤계가 지원하는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하며 많은 경제·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당내에서 여러 논란으로 그 성과가 가려지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에는 페이스북에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경계하고 견리사의(見利思義·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한다)를 되새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앞선 여론조사 등을 거론, "여론조사만 봤던 나 전 의원인데, 이런 이상 버틸 동력이 있겠나"라며 불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반면,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발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맙시다"라며 양측을 동시에 비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신중한 모습이다. 오전 자택을 나서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 귀국일(21일)까지는 물론, 24일까지인 설 연휴 기간에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로, 당분간 '로키'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혁명을 위한 제안 포럼'을 서면 메시지로 갈음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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