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프지 말고, 삼진왕 하자”

창원/박강현 기자 2023. 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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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주인공은 나!] NC 좌완 투수 구창모

“모두 그에게 말해 또 왔네. 죽지 않고 왔다 이렇게···”

한국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던 NC 구창모는 그동안 부상에 시달려 기량을 온전히 선보이지 못했다. 오는 3월 열리는 WBC 대표로 뽑힌 그는 "WBC에서 올해 첫 단추를 잘 끼워 한국 대표 좌완이 되겠다"고 했다. 사진은 구창모가 지난 16일 홈 구장 창원NC파크에사 공 던지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김동환 기자

프로야구 선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등장곡이 있다. NC 좌완 구창모(26)의 등장곡은 동명이인 가수인 (구)창모의 ‘Meteor(별똥별)’이다. 웅장한 비트와 함께 이러한 가사로 포문을 여는 이 곡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게 없다. 구창모는 “2020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펜에서 뛰어나오며 가사를 들어봤는데, 이 구절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마음이 가는 노래”라고 했다.

데뷔 후 각종 부상으로 인해 시련을 겪은 뒤 올해 완벽한 부활을 꿈꾸는 그를 16일 창원에서 만났다.

NC 구창모는 올해 부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작년에 수술했던 부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 거의 피칭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몸 상태를 만들어놓았다"고 했다. 사진은 구창모가 지난 16일 홈 구장 창원NC파크에서 역투하는 모습. /김동환 기자

◇'구크다스’ 떼고 ‘엔구행’으로

2015년에 입단한 구창모는 2016시즌 데뷔 이후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낙차 큰 포크볼,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한국 좌완 계보를 이을 것으로 한 몸에 기대를 받았다. 2020시즌 전반기에 패배 없이 9승 평균자책점 1.55로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며 2011년 창단 이후 NC의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기량이 만개한 2019년부터 번번이 부상에 신음했다. 팬들은 결장이 잦은 그의 ‘실종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구창모는 프로 입성 이래 아직 한 번도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투수가 규정 이닝을 채운다는 것은 그만큼 잔부상 없이 한 시즌 동안 꾸준히 던졌다는 의미다. 이를 충족해야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경쟁도 할 수 있다.

구창모는 부상으로 2021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지난 시즌에도 5월이 돼 마운드에 처음 섰다. 다른 투수들보다 2개월가량 늦게 출발했다. 그래도 19경기(111과 3분의 2이닝)에 나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 탈삼진 108개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규정 이닝을 채우기 전까진 그 어떠한 기록도 무의미하다. 풀시즌을 뛰었을 때 기록은 나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삼진왕이 탐난다”며 “유리몸, 구크다스(구창모+쿠크다스, 잘 부서지는 과자 이름)로 불렸을 때 마음이 가장 아팠다. 이건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엔구행(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으로 거듭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비록 팀은 2022시즌 6위에 그치며 5위까지 주어지는 가을 야구 티켓을 놓쳤지만, 구창모는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건재를 과시한 그는 지난달 팀과 최대 7년 총액 132억원 대형 계약을 맺었고, 오는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로도 선발됐다.

올해 구창모는 WBC와 2023시즌 때 얼마나 빛날 수 있을까. 그동안 부상으로 재능을 완전히 선보이지 못했던 그는 "직구가 제일 자신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사진은 구창모가 지난 16일 홈 구장 창원NC파크에서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공 던지는 자세를 취한 모습. /김동환 기자

◇”대표팀 좌완 계보 이을 것”

구창모는 요즈음 WBC 공인구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총 4개의 공인구를 전달받았는데, 이 공으로만 연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은 다 닳고 떨어져 어느덧 두 번째 공을 쥐고 있다. 그는 “많이 미끄럽고, 실밥도 KBO 공인구와는 다르게 튀어나오지 않아서 공을 잡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면서도 “모든 투수가 똑같은 조건이니 빠르게 적응하려고 계속해서 만지고 있다”고 했다.

구창모는 부상 때문에 대표팀과도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9 프리미어 12 대회 및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모두 부상으로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처음 나서는 WBC는 그에게 설욕의 기회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7년 초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땐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전에서 4-1로 앞선 6회말에 구원 등판했지만, 야마카와 호타카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7대8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구창모는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라면서 “마침 야마카와 선수도 이번 WBC에 나온다고 들었다. 정면으로 붙어 삼진을 잡아야만 마음이 풀릴 것 같다. 가장 맞대결하고 싶은 선수”라고 꼽았다. 일본과 같은 B조에 속한 한국은 3월 10일 한일전에 나선다. 이번에도 장소는 도쿄돔이다.

그는 부모님을 위해서 최대한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싶어한다. 구창모는 “아직 해외여행 한 번 못 시켜드린 부모님께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여행까지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선 준결승과 결승 경기가 열리는데, 이는 곧 4강 무대에 서겠다는 뜻이다. 이어 “WBC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 김광현, 양현종 선배를 잇는 한국의 대표 좌완투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창모는 1월 말까지 제주에서 투구 훈련을 한 뒤 2월부턴 미국 애리조나에서 소속팀 스프링 캠프(spring camp)에 참여한다. WBC 대표팀 훈련 역시 내달 14일부터 27일까지 애리조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는 팀 훈련을 하다 이에 합류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훈련 도중인 17일 26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그는 “똑같은 하루일 것”이라며 묵묵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도약할 준비를 마친 그의 등장곡은 이와 같은 가사로 끝난다. “드디어 내가 여기에 왔다.”

/창원=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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