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석용 사외이사' 카드로 공격…KT&G 흔드는 행동주의 펀드

박동휘 2023. 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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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KT&G에 100%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낸 사모펀드가 '2차 공세'에 나섰다.

IB업계 관계자는 "KT&G 주주의 절반가량이 해외 공모펀드 등 외국인인 데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회사의 황제경영'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기관투자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거물급 영입에 성공한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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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했던 FCP
황우진 前 푸르덴셜 대표도 추천해

일각선 "지분 1%로 흔들기" 분석도
KT&G "대규모 주주친화책 발표"
차석용·황우진


지난해 10월 KT&G에 100%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낸 사모펀드가 ‘2차 공세’에 나섰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겨냥해 준비한 ‘안건 제안서’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과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1% 지분을 들고 시가총액 12조6446억원(18일 종가 기준)짜리 상장사 지배구조를 흔들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총 앞두고 전운 고조


칼라일그룹 한국지사 대표 출신인 이상현 대표가 이끄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이하 FCP)는 19일 2차 주주제안서를 KT&G 이사회에 발송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도 공개했다. KT&G 경영진이 “오는 26일 경영 전략에 관한 투자자 이해 증진 및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기업설명회(IR)를 연다”고 공시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FCP는 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 기존 요구 사항과 함께 새로운 주총 안건을 제시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FCP가 KT&G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라며 “거물급 기업인 2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한 것도 본격적인 공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FCP 측은 임원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을 평가보상위원회를 정관에 명문화할 것도 요구했다.

최근 수년간 BYC,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구를 받았지만 KT&G처럼 거물급 기업인이 사모펀드 측 사외이사로 참전하는 사례는 없었다. IB업계 관계자는 “KT&G 주주의 절반가량이 해외 공모펀드 등 외국인인 데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회사의 황제경영’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기관투자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거물급 영입에 성공한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KT&G 찌른 사모펀드

FCP의 2차 공세에 2015년부터 KT&G를 이끄는 백복인 사장 친정 체제가 흔들릴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작년 9월 말 기준 7.44%)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이상현 대표가 국민연금과도 협의했지만,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연금 외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7.12%·작년 6월 말 기준), 기업은행(6.93%) 등이다. 총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사외이사는 6명이다.

KT&G는 26일로 예정된 IR에서 파격적인 주주친화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항상 주주 및 투자자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26일 IR에서 그룹의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실행전략, 전체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비전 및 성장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 사장은 2016년 매출 4조5032억원이던 KT&G를 2021년 5조2283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KT&G는 필립모리스의 공세 속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며 애연가들 사이에서 ‘K슬라’(KT&G와 테슬라의 합성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 시장에서 KT&G의 ‘릴’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지분 1%의 횡포” 비판도

전문가들은 KT&G의 사례가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 등 굴지의 사모펀드에서 쌓은 노하우를 무기로 KT&G의 외국인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며 “주주명부상 외국계와 국내 주주의 비중이 5 대 5여서 표 대결로 갈 경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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