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글로벌 CEO 만나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과 인텔, IBM, 퀄컴,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기술협력과 한국 투자를 논의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번엔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윤 대통령 참석하에 풍력터빈 제조 1위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3억 달러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실질 성과도 도출했다.
6대 기업 총수와 IBM·퀄컴·인텔 등 CEO 한자리에
윤 대통령은 19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이날 스위스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실은 간담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국내 6대 기업 대표들이 모두 참석한 것뿐 아니라,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함께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IBM, 반도체 분야의 퀄컴·인텔, 금융 분야의 JP모건·무바달라·뱅크오브아메리카, 전자 분야의 히타치, 에너지 분야의 셸·에어리퀴드·토탈에너지, 식품 분야의 네슬레, 부동산·유통 분야의 리포 까라와찌 등이다.
다보스포럼 앞서 글로벌 CEO 앞에서 '연대' 필요성 설득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달성하려는 경제 외교의 가치가 축약된 자리였다. 우선 윤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 위기를 언급하며 “기업은 창의와 혁신, 도전 정신에 기반해 지속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국가와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기업 간 연대는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리더들을 향해 밝힐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갈등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약화 등으로 와해되는 국제무역 질서를 연대와 협력으로 복원하는 역할을 한국이 선도하겠다는 뜻을 글로벌 기업 CEO에게 먼저 밝힌 것이다. 그는 전날 취리히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도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길이라 확신하고 있다"며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 CEO들에게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소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당부하며 ‘세일즈 외교'에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며 "'이 나라 대통령입니다’라고 제 얼굴도 알려드려야 여러분께서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실 때 제 사무실에 편하게 찾아오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과의 스킨십도 넓혔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공동 대표가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는 무궁무진한데 시장을 열고 만들어 놓을테니 많이 들어오시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규제보다는 탄소 중립으로 효율적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맞으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대통령께서 이렇게 잘 해주셔서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경제정책 방향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와 첨단산업 경쟁력,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허브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한국 기업과의 협업과 투자 확대 및 2030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세계 풍력터빈 1위 업체, 국내 투자 신고서 제출
스위스 방문을 계기로 정부는 세계 풍력터빈 1위 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투자신고식을 유치했다. 베스타스 CEO는 이날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투자 신고식을 하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국내에 대규모 터빈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3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베스타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투자 신고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회담에서 해상풍력 분야에서 상호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소중한 결실을 맺게 됐다”며 “한국이 아·태 지역 풍력 발전의 제조허브로 도약하고 새 수출동력을 발굴했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보스 =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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