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연스러워? ‘인간미’ 장착한 新버추얼 아이돌은 다르다
걸그룹 '메이브' 등 사실적 외모 화제
'소녀 리버스', 실제 멤버로 몰입 높여
2020년 그룹 '에스파'는 복잡하고도 거대한 세계관을 내세우며 데뷔했다. 핵심은 전에 없던 가상 멤버의 존재였다. 각 멤버의 이름 앞에 'ae'를 붙인 아바타들이 실제 멤버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개성을 가지고 가상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가상 멤버의 한계는 명확했다. 현실 멤버 옆에서 안무를 소화하는 이들의 모습이 어설픈 애니메이션 같아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가상 멤버의 움직임과 표정이 어색하다” “현실 멤버들도 설정에 이입하기 힘들겠다”는 등 불편해하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에스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1년 멤버 전원이 가상 캐릭터로 구성된 걸그룹 ‘이터니티’가 ‘I’m real’로 데뷔했을 때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터니티’의 가상 멤버 제인은 지난해 8월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데뷔 초에는 저희의 표정이나 몸짓이 부자연스러워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인이 덧붙인 다음 문장은 주목할 만하다.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팬덤이 생겼어요. 이제 저희를 K팝 스타로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진짜보다 진짜 같아… ‘불쾌한 골짜기’ 단계 넘어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가상 아이돌)이 아직은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수년간 외적 수준은 눈에 띄게 달라져 왔다. 25일 데뷔를 앞두고 공개된 넷마블에프엔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합작 걸그룹 ‘메이브’의 기술적 수준은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4인조의 가상 멤버들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 살린 섬세하고 사실적인 이목구비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얼핏 보면 실제 인물인지 가상 캐릭터인지 분간이 어렵다.
지난해 6월 데뷔한 그룹 ‘슈퍼카인드’는 실제 멤버 4명과 버추얼 멤버인 세진으로 구성돼 있다. 세진은 실제 멤버들과 섞여 칼군무를 소화하고, 모공과 속눈썹까지 자세히 보여주며 미모를 자랑한다. 앞서 데뷔 초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던 ‘이터니티’ 역시 2년 새 기술 보완을 거듭했다. 버추얼 아이돌의 외모가 이젠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호감을 사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 뒤 실제 멤버로 유대감 형성
그렇다고 해서 정교한 외모만으로 팬덤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가상의 존재라는 사실이 주는 거리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와 ‘한유아’는 실감 나는 외모로 존재 자체가 화제였다. 하지만 지난해 각각 솔로 가수로 데뷔하자 음원이 차트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반응이 미미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문화가 강한 K팝 아이돌 시장에서는 팬들과의 유대감 형성이 필수”라며 “버추얼 아이돌의 외모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만 상호 교감에 대한 의지까지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 멤버를 움직이는 주체로 실제 인물을 기용하는 '신버추얼 아이돌'도 시도되고 있다. 2일부터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가 대표적이다. ‘소녀 리버스’에 섭외된 실제 걸그룹 멤버 30명은 VR 기기를 쓰고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가 ‘모션 트래킹(움직임 인식 기술)’을 통해 버추얼 아이돌 30명을 구현해낸다.
‘소녀 리버스’의 버추얼 아이돌 이미지가 2D 애니메이션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쉬운 대목. 하지만 몰입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힘은 따로 있다. 바로 버추얼 멤버 뒤에 있는 실제 멤버들이다. 이들은 버추얼 아이돌의 자아를 빌려, 보다 솔직하고 대담해진다. 16일 방영된 5화에서는 1라운드에서 탈락한 멤버들이 처음 진짜 얼굴을 드러내고 ‘소녀 리버스’에 도전한 사연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들의 진솔한 면모가 기존 버추얼 아이돌에게는 없던 인간미를 부여한 셈이다.
‘진짜 사람 같은’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열망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직까지는 ‘사람이 원하는 건 결국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실제 인물인 지금의 아이돌도 결국 캐릭터 설정에 기반해 대중 앞에 나선다”며 “소통 능력이 고도로 발전한 버추얼 아이돌이 이를 대체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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