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8 단체와 계엄군 43년 만에 용서와 화해

조선일보 2023. 1. 1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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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단체가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중원을 찾아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오른쪽)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정성국 5·18 공로자회 회장. /연합뉴스

5·18 부상자회·유족회·공로자회가 국립현충원을 찾아 5·18 때 순직한 계엄군과 경찰관 묘역을 참배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법적 대표성을 지닌 ‘3대 공법 단체’로 계엄군 묘소를 찾은 것은 5·18 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특전사동지회 측은 5·18 유혈 진압에 대해 사죄했고 5·18 단체 임원들은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도 피해자”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오늘의 참배가 용서와 화해,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 용서의 메시지를 내고 특전사 단체가 5·18 단체를 사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전사 단체는 사죄하고 5·18 사적지를 청소했다. 또 5·18 어머니회를 찾아가 거듭 사죄하자 어머니들도 용서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다음 달에는 특전사 동지회 임원과 당시 대원들이 5·18 민주묘지를 공식 참배하고 대국민 선언식을 가질 예정이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불행했던 역사를 보듬고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연 것이다. 최근 최원일 천안함장은 자신과 천안함 대원들을 폄훼했던 야당 인사가 무릎 꿇고 사과하자 그를 용서하고 설 선물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여권 인사들은 5·18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분노를 일으켰고 야권은 5·18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이용했다. 천안함 폭침도 마찬가지였다.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은 이런 정치권 탓이 크다.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흑백 분리 정책의 피해자로 27년이나 감옥 생활을 했지만 가해자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용서했다. 이번 5·18 화해가 다른 역사적 갈등도 치유하는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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