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남극점에 선 韓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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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가장 남쪽, 남극점은 남위 90도 지점이다. 평균 기온이 여름에는 -28도, 겨울에는 -60도이고 해발 2840m에 있어서 끊임없는 오르막길이다. 남극점엔 장대에 은도금한 공을 얹어 놓은 구조물이 있고 남극조약에 최초 조인한 12개 국가 국기가 둘러싸고 있다. 구조물 등은 가혹한 남극 날씨에 오래 버티지 못해 주기적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남극점 도착 인증샷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여성 산악인 김영미(43)씨가 지난해 11월 27일 남극 대륙 서쪽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한 지 51일 만에 1186㎞를 혼자 걸어 남극점에 도달했다. 중간 보급 없이 단독으로 남극점 완주에 성공한 것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으로도 처음이다.
▶1911년 남극점 최초 도달을 놓고 노르웨이의 아문센 팀과 영국의 스콧 팀이 경쟁을 벌였다. 스콧 팀이 천신만고 끝에 남극점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이미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아문센 팀이 한 달 전인 1911년 12월 14일에 다녀간 뒤였다. 낙담한 스콧 일행은 돌아오다 추위에 식량 고갈로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앞서 1909년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위 88도 23분 지점까지 접근했다. 남극점을 155㎞ 남겨둔 지점이었다. 그러나 식량 등을 계산한 섀클턴은 전진 대신 귀로를 택했다. 이 결단으로 혹한 속에서도 대원 28명이 모두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위대한 실패’라고 불렀다.
▶김영미의 도전도 사투였다. 그는 “화이트아웃(눈보라 등으로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최대 훼방꾼이었다”고 했다. 추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잠시 겉장갑을 벗었다가 손가락 끝 뼈마디가 조각나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가 두려워한 것은 손발 동상보다 허벅지 동상이었다. 바지 안쪽에 패딩 반바지를 넣고 패딩 치마를 덧입어도 부족했다고 한다. 극점 자기장 영향으로 나침반이 이상 작동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일도 많았다. 김씨는 태양과 그림자 위치, 풍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히 남극에서는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었다.
▶김씨는 ‘세계 7대륙 최고봉 한국 최연소 완등’으로 유명한 산악인이다. 그는 남극점에서 “부상(동상) 없이 열 손가락, 열 발가락 짝 맞춰서 데려간다”며 “50여 일 여정이 하룻밤 꿈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씨의 성공을 보며 이 순간 역경 속의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었을 것이다. ‘한 줌의 온기도 없는 51일’을 홀로 견뎌낸 그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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