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다시 또 함께…K문학의 향연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출판 영역에서도 다양한 접근과 확장이 가능한 원천 콘텐츠로서 이야기, 즉 픽션에 대한 해외의 기대가 높고, 수출의 종수와 번역되는 언어의 다양성에서 모두 큰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출간이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반응이 연결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해외에서 문학상을 타고 소개된 책이 독자에게 반응을 얻는 일도 물론 반갑지만, 이런 호응이 바깥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국내 출판과 국내 문학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흐름으로 이어지는 터라, 독자이자 업자로서 즐겁고 반가운 마음이다.
첫 번째 방향은 재생과 연결이다. 창비에서 펴내는 ‘리마스터 소설선’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가운데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 그리하여 역사성을 확보한 작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시도다. 첫 책으로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이 선택된 건 여전히 겪고 있는 팬데믹 때문일 텐데, 전염병, 검열, 도시 마비 등이 앞서 읽은 독자에게나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나 예언처럼 읽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리즈는 김숨 소설집 <국수>, 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김애란 소설집 <달려라, 아비>로 이어질 예정인데, 청년 시절에 동세대로 함께 읽은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다시, 새롭게 읽어볼 기회라서 벌써 반갑다. 이 맥락에서 함께 살펴볼 시도는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내용으로, 1930년대에 활동한 작가 백신애의 후기 소설 세 편에 제13회 백신애문학상 수상자인 최진영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더해 펴낸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가 첫 책으로 나왔다. 이 기획의 의미는 책 속에 이미 담겨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두 번째 방향은 생산과 연결이다. 위즈덤하우스에서는 지난해 11월 ‘위클리 픽션’이라는 기획을 시작했는데, 매주 한 편의 단편소설을 공개하여 1년 동안 50명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연재에 이어 각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마찬가지로 1년 동안 50권의 책을 펴낸다고 하니, 근래 들어 다양한 경로로 작품을 발표하고 또 작가가 되는 상황과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시도라 하겠다. 생산의 규모와 속도뿐 아니라 이야기가 모이고 얽히는 공간으로서 한국 문학의 역할과 가능성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 맞춤한 기획이 얼마 전 책으로 출간되었다. “우정의 범위를 살짝 더 넓혀보고 싶었다”는 정세랑 작가의 주도로 진행된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 프로젝트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를 아우르며 아홉 명의 아시아 작가가 참여해 <절연>이란 이름으로 완성되었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절연의 시대에 이런 연결을 시도하고 또 완성해내는 데에는 당연히 정세랑 작가와 문학동네의 노력이 주효했을 텐데, 앞서 나눈 한국 문학의 확장도 나름의 바탕이 되었다 하겠다.
지금 벌어지는 한국 문학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짐작하기는 어렵겠으나, 단기간에 흐름이 끊어지지 않으며 더 다양한 지류를 펼쳐갈 거라는 전망은 확실하다. 독자이자 생산자로서 이 향연에 함께하고 있어 신기하고 뿌듯한 마음이다. 흔히 문학을 상상이라 하는데 상상 이상을 감각하게 하는 실제로서 마주하는 기분이다. 부디 많은 독자가 이 축제에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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