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北 태성기계공장의 ‘만딸라’
북한 조선중앙TV가 새해 첫날 김정은이 둘째 딸 김주애를 데리고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둘러보는 장면을 공개했다. 김정은이 찾은 곳은 남포에 있는 태성기계공장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2016년 3월 핵무기 연구부문의 과학자·기술자들을 격려하고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를 공개했던 곳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처음 핵탄두를 세상에 공개한 장소에 딸을 데리고 시찰을 나간 것이다.
태성기계공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미사일 조립공장이다. 필자가 1990년대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에 다닐 때 태성기계공장에서 온 위탁교육생 A가 있었다. A는 별명이 ‘만딸라’였다. 그의 아버지는 미사일 엔진 기술자였는데 “아버지가 수리아(시리아)에 한 번 갔다 오면 ‘만딸라(1만달러)’씩 보내준다”고 자랑해 붙은 별명이다. A의 아버지는 시리아에 미사일 수출과 기술 이전을 위해 자주 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시리아에 한 번 다녀오면 달러를 많이 가지고 와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거금을 줬다는 것이다.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겪던 북한에서 A는 대학 제1의 부호 행세를 하고 다녔다.
태성기계공장은 당 간부라고 해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훗날 남포에 출장 간 대학의 간부가 A를 만나러 태성기계공장을 방문했지만 공장 안까지 들어가진 못하고 내부에 마련된 면회실에서 만나야 했다. 이 간부가 창문을 통해 공장 쪽을 보니 거대한 산 아래 수많은 동굴이 있었고, 햇볕을 쬐러 나온 미사일 수백 기가 장관이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 주민들이 숱하게 굶어 죽고, 군수 공장마저 가동을 멈췄을 때에도 태성기계공장만은 풀가동했다고 한다. 수출용 미사일 생산을 중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남 실전 배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시리아처럼 오랜 독재와 내전으로 정정(政情)이 불안한 국가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목적도 크다. 1990년대 북한 경제가 파탄 지경이어도 미사일 산업은 호황을 누렸고 김정일의 ‘돈줄’ 역할을 했다. 평양~남포 고속도로도 미사일 운반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미사일을 운반하던 트럭이 좁은 길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나자 김정일 지시로 전국 청년들을 동원해 공사했다. 미사일을 생산하는 태성기계공장은 김씨 일가의 안전을 지키는 무기고인 동시에 외화를 벌어주는 ‘달러 박스’인 셈이다.
북한 제재가 성공하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 미사일 해외 수출의 고리를 잘라야 한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한이 중동에 무기를 수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증언했다. 한 고위급 탈북민은 “미사일과 핵은 김씨 가문을 지키는 보험이자 돈 덩어리”라며 “북한은 미사일 기술과 핵기술을 불량 국가들에 전수해 외화를 벌어들이려고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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