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을 장착한 모든 차량의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미국과 중국 정부도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동력차로 생산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 선진국의 탈탄소·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2021년 기준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5년 전과 비교해 6배 정도 증가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친환경차 생산·판매량은 2015년 대비 631.5% 증가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 원을 투자,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전기차로 생산(2030년 연간 전기차 144만 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생산구조 변화는 필연적으로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변화를 수반한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필요부품 수는 엔진 등 내연기관차 전용부품의 37%가 감소한다(부품이 내연기관차는 3만 개인데 전기차는 1만8900개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종사자 추이를 살펴본 결과 친환경차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2015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2015년 38만2173명→2020년 36만1407명)하는 추세를 보인다. 부품 유형별로는 내연차 전용부품인 엔진용 부품과 동력전달장치 부품업체는 감소한 반면, 전기장치 부품업체 종사자는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전체적으로는 최근 5년간 2만3000명(2015년 28만4409명→2020년 26만1358명)이 감소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종사자 30%가 부울경 지역에 거주하며, 이 중 내연기관차 엔진부품 제조 등 감소군 직종에 최소 2만3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부울경 지방정부와 노사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인력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전환 및 고용전환 과정에서 실직 등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없도록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고용보장 등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룩하려면 중앙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노사정 협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내연차 부품업체 노동자의 직무전환 및 재취업 교육, 미래차에 대비한 신규 산업기술인력 양성 등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전기차 핵심 부품 공급망과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미래차 기술지원 강화해 고용안정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원·하청기업 간 수직계열화 돼 있는 자동차산업 구조 속에서 중소부품업체는 미래차로의 산업전환 대응 여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소·부품업체는 원청·대기업의 확실한 신호가 없이는 독자적으로 친환경차 부품 개발과 생산구조 변경이 쉽지 않다.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부품업체의 성공적인 산업전환을 위해서는 원·하청 간 상호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정리해고 등 노동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조혁신 및 미래차 기술에 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선행 연구에 따르면 미래형 자동차에 대응하는 경영진의 리더십, R&D 역량, 노동자 숙련도, 생산 설비 및 장비, 투자 자금력 등 모든 항목에서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대응능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중소기업 노동자의 피해가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산부품 유형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체 규모와 부품유형(감소군·증가군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고용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노동시장에서 폐업과 정리해고는 생계파탄 등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노동전환 과정에서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가 실직 등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사정 간 사회적 협의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종사자의 30%가 거주하는 부울경 지역 노사정 경제 주체들의 선제적 대응을 통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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