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단군신화… 설화도 무형문화재 된다
이소연 기자 2023. 1.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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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이 표현은 설화(說話)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람으로 변한 쥐가 남편 행세를 하는 '쥐둔갑 설화'에서 쥐의 정체가 탄로 나자 진짜 남편이 아내를 타박한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보이지 않게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온 설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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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내년부터 순차 지정
세대 걸쳐 전승돼 한국문화 지탱
역사성 등 감안 142편 지정 추천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준에 부합”
세대 걸쳐 전승돼 한국문화 지탱
역사성 등 감안 142편 지정 추천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준에 부합”
“쥐뿔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이 표현은 설화(說話)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람으로 변한 쥐가 남편 행세를 하는 ‘쥐둔갑 설화’에서 쥐의 정체가 탄로 나자 진짜 남편이 아내를 타박한다. “쥐뿔도 몰랐냐”고.
이 말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살아 있다’. 설화가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한다는 증거다. 설화는 대대로 전승하는 장인(匠人)은 없지만 할머니에게서 손주에게로,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한다.
문화재청이 내년부터 신화와 전설, 민담을 포괄하는 설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보이지 않게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온 설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12월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과 함께 설화의 문화재 지정 가치를 검토하는 기초조사를 했다. 무형문화연구원은 1980∼1992년 전국의 설화를 채록한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총 82권) 등에 실린 이야기 1만여 편을 분석했다. 그리고 △역사성 △학술성 △예술성 △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 △재현 가능성 등 6가지 문화재 지정 기준에서 5가지 이상을 충족한 설화 142편(신화 31편, 전설 48편, 민담 63편)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천목록’으로 선정했다. 국민이 익히 아는 단군신화와 바보온달,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이야기 등이 포함됐다. 지정 예비 추천목록에는 628편을 선정했다.
연구를 맡은 박현숙 춘천교대 아동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설화는 한국 문화를 지탱하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문자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고대부터 설화가 민족의 정체성을 만들고 사상을 전파했다고 분석한다.
설화에는 통치 이념이 담기기도 했다. 하늘의 신인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주몽신화가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에는 하늘을 숭배하던 북방계 유목민족이 강 일대에 정착해 농경공동체로 변모하는 과정이 담겼다. 주몽신화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동국여지승람 등 사료로 전해져 역사성도 확인된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세대 간 끊임없이 전수되는 ‘재현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설화는 K콘텐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기에 이를 가뿐히 충족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조사에서 추천목록에 오른 ‘오세암’은 현대에 더욱 유명해졌다. 겨울철 홀로 남겨진 아이가 관음의 보살핌을 받아 목숨을 구하고 득도한다는 내용으로, 본래 강원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왔다. 정채봉 작가(1946∼2001)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동화를 1980년대 발표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도 번역 출간됐다. 2003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오세암’도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매가 나오는 드라마 ‘도깨비’(2016년),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계룡선녀전’(2018년) 등 설화는 K콘텐츠의 원천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야쿠트 민족의 영웅 서사시 ‘올론호’ 등 구전 종목 여러 건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된 바 있다. 박 교수는 “우리 설화 역시 세대에 걸쳐 전승되고 공동체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된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 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연구 자문을 맡은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권선징악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설화는 국경을 넘어 인류를 묶는 힘을 지녔기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이 표현은 설화(說話)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람으로 변한 쥐가 남편 행세를 하는 ‘쥐둔갑 설화’에서 쥐의 정체가 탄로 나자 진짜 남편이 아내를 타박한다. “쥐뿔도 몰랐냐”고.
이 말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살아 있다’. 설화가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한다는 증거다. 설화는 대대로 전승하는 장인(匠人)은 없지만 할머니에게서 손주에게로,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한다.
문화재청이 내년부터 신화와 전설, 민담을 포괄하는 설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보이지 않게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온 설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12월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과 함께 설화의 문화재 지정 가치를 검토하는 기초조사를 했다. 무형문화연구원은 1980∼1992년 전국의 설화를 채록한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총 82권) 등에 실린 이야기 1만여 편을 분석했다. 그리고 △역사성 △학술성 △예술성 △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 △재현 가능성 등 6가지 문화재 지정 기준에서 5가지 이상을 충족한 설화 142편(신화 31편, 전설 48편, 민담 63편)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천목록’으로 선정했다. 국민이 익히 아는 단군신화와 바보온달,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이야기 등이 포함됐다. 지정 예비 추천목록에는 628편을 선정했다.
연구를 맡은 박현숙 춘천교대 아동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설화는 한국 문화를 지탱하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문자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고대부터 설화가 민족의 정체성을 만들고 사상을 전파했다고 분석한다.
설화에는 통치 이념이 담기기도 했다. 하늘의 신인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주몽신화가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에는 하늘을 숭배하던 북방계 유목민족이 강 일대에 정착해 농경공동체로 변모하는 과정이 담겼다. 주몽신화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동국여지승람 등 사료로 전해져 역사성도 확인된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세대 간 끊임없이 전수되는 ‘재현 가능성’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설화는 K콘텐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기에 이를 가뿐히 충족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조사에서 추천목록에 오른 ‘오세암’은 현대에 더욱 유명해졌다. 겨울철 홀로 남겨진 아이가 관음의 보살핌을 받아 목숨을 구하고 득도한다는 내용으로, 본래 강원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왔다. 정채봉 작가(1946∼2001)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동화를 1980년대 발표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도 번역 출간됐다. 2003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오세암’도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매가 나오는 드라마 ‘도깨비’(2016년),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계룡선녀전’(2018년) 등 설화는 K콘텐츠의 원천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야쿠트 민족의 영웅 서사시 ‘올론호’ 등 구전 종목 여러 건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된 바 있다. 박 교수는 “우리 설화 역시 세대에 걸쳐 전승되고 공동체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된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 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연구 자문을 맡은 신동흔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권선징악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설화는 국경을 넘어 인류를 묶는 힘을 지녔기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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