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방패연-낙동강·393 /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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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려보고 싶어진다.
손발이 시려도, 볼이 발갛게 얼어도 연을 날리는 재미에 쏙 빠진 동심으로 되돌아가 본다.
방패연과 강바람은 복잡한 우리 인간관계를 말해준다.
가슴에 구멍을 뚫어 강바람과 함께 훨훨 춤추는 방패연을 떠올리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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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고 싶어
팽팽히 맞서지만
그대, 놓쳐버리면
추락하는 날개이기에
가슴에 구멍을 뚫어
강바람을 당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려보고 싶어진다. 손발이 시려도, 볼이 발갛게 얼어도 연을 날리는 재미에 쏙 빠진 동심으로 되돌아가 본다. 낙동강을 주제로 서태수 시인은 500여 수의 시조를 써 오고 있다. ‘서 낙동강’이라는 예명을 둘 만큼 낙동강에 애정을 가지고 시조로 표현한다.
방패연과 강바람은 복잡한 우리 인간관계를 말해준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해야 한다. 부부가 중년을 넘어서면 독립적인 공간을 두어 각각의 세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부부는 때로 팽팽히 맞서지만, 가슴을 열어 다가가지 않으면 때때로 추락의 위험에 맞닥뜨리지 않겠는가. 가슴에 구멍을 뚫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나오는 용기는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용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 삶을 바꾸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필요한 것도 용기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앞서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한다. 그런데 용기는 행동함으로써 나중에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가슴에 구멍을 뚫어 강바람과 함께 훨훨 춤추는 방패연을 떠올리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깔끔하면서도 명쾌한 단수를 통해 마음을 비춰 볼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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