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절제·액션은 치열…고강도 무술훈련 고생한 보람”
- 설경구 박소담 박해수와 호흡
- 출산 후 복귀작 강렬한 역 선택
- 8개월간 매일 총기·무술연습
- 강인함 느껴지게 근육도 키워
- ‘외계+인 2’ 등 차기작 줄줄이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栢之不彫), 우리 영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정신이 흐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가 설 연휴에 맞춰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 남긴 유묵으로, ‘세밑 추위를 지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영화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하늬를 비롯해 설경구 박소담 박해수 등이 호흡을 맞춘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단체 흑색단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는 5인이 외딴 호텔에 갇힌 뒤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벌이는 영화다. 장르로는 추리 액션 영화이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만큼 그 근저에는 밟아도 사그라들지 않는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이 깔려 있다.
‘유령’에서 총독부 통신과에서 암호문 기록을 담당하지만 유령으로 의심받는 차경 역을 맡은 이하늬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던 연기 스타일 대신 감정을 절제하고 내면에 아픔을 지닌 연기를 펼쳤다. “이렇게 좀 고생스럽게 찍은 작품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는 이하늬는 “일차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감정보다 그 안에 내재된 것을 꼭꼭 눌러 담으며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만났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게 작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절제된 감정 표현과 함께 대사 또한 절제됐기에 한 마디 한 마디에 의미를 담고자 노력했다. 이하늬는 “절대 분량이 많았던 드라마 ‘원 더 우먼’은 정말 ‘나는 래퍼다’고 생각하고 대사를 외웠다. 그런데 ‘유령’에서는 대사가 많지 않은 대신 차경의 깊이 있는 감정선과 삶 자체를 이해해야 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라는 대사 같은 경우 자신은 찬란한 삶을 노래하면서 삶을 사는데,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일지 생각한 것이다.
감정과 대사를 절제했다면 강렬한 액션은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이하늬는 호텔에서 엘리트 군인 출신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의 설경구와 격투 액션을 선보인다. 후반부 공회당 장면에서는 무거운 장총을 연달아 장전하며 쏘는 총격도 연기했다. 전자는 성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강력한 액션 장면이고, 후자는 장총의 무게감과 사격 자세를 익혀야 했다. 촬영 전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8개월가량 총기훈련과 무술훈련을 매일 받았다. 1주일에 두세 번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근육을 키웠다. 여배우들에게서 흔히 엿보이는 야리야리한 느낌이 아니라 적진에서 혼자 생존할 수 있는 몸처럼 보이도록 중량도 높였다. 그렇지만 아직 마동석 선배에 비할 바는 안 된다”고 이하늬는 웃으며 말했다. 장총 연사 장면을 위해 장총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몸에 피멍이 들면서도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하늬는 ‘유령’의 촬영을 마치고 2021년 12월 결혼했고, 지난해 6월 예쁜 딸을 낳았다.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연기를 해온 그녀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고, 출산 뒤 빠르게 복귀해 영화 ‘외계+인’ 2부 재촬영도 하고, ‘유령’ 홍보 활동에도 나섰다. 그녀는 “예전에 익숙하게 했던 것들이 출산 이후 익숙하지 않게 느껴진다. ‘유령’ 제작보고회 때 포토월에 섰는데 너무 낯설더라. 배우인 척하는 느낌이었고.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혼과 출산 이후) 훨씬 편안해지고 여유 있어졌다”고 말해 배우로서 2막을 올리기 위해 적응 중임을 전했다.
차기작 또한 줄을 서고 있다. 그녀는 “올해 제가 일을 많이 할 것 같다. 2, 3월쯤부터 드라마 ‘밤에 피는 꽃’ 촬영에 들어갈 것 같고, 7, 8월쯤에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할 것 같다”며 특유의 밝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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