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깜박하다 먹는 법마저 잊는다... 치매 7단계, 증상보니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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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박사가 만든 치매의 척도

흔히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악화되는 질병이다. 사람마다 발병 시점도, 악화 속도도, 증세도 다르다. 그러나 정상 인지 기능 상태에서 심각한 말기 치매에 이르는 과정에 일반적인 행태는 있다. 이를 치매 일곱 단계라고 부른다.

이는 치매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대의대 배리 리스버그 박사가 치매 병세가 현재 어느 상태에 있는지 환자나 가족, 간병인에게 알리는 척도로 쓰기 위해 개발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치매학회 등은 7단계를 널리 전파하여, 치매 조기 발견 치료를 유도하고, 단계별로 잘 대처하도록 한다.

◇1~3단계는 치매 전 단계

치매 발병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은 치매 발병보다 10~20년 앞서서 시작된다. 내적 변화는 있어도 외적 인지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는 이때를 1단계로 부른다. 2단계에서는 매우 가벼운 변화가 일어난다. 집 안에서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잦아지고, 올바른 단어를 떠올리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주변 사람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3단계에서는 인지 기능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약속을 기억하고, 돈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가족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알아채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치매가 아니며, 이 기간은 대략 7년 간다.

4단계부터 치매 길로 들어선다. 친숙한 단어와 이름을 잊는 일이 잦다. 평소 해오던 장보기나 요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 최근 기억이 감소한다. 가족들이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 진단받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요양해야 할지 걱정한다. 5단계부터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된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성격이 변한다. 식사나 화장실 사용에도 간병이 필요하다. 6단계는 심각한 정신 기능 쇠퇴가 일어난다. 매일 다니던 길을 기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7단계는 치매 말기다. 말하고, 먹고, 삼키는 능력을 잃는다. 자식도 못 알아볼 수 있다. 24시간 돌봄과 간병이 이뤄져야 한다.

◇단계별로 인지 활동 늘려야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지 기능을 올리는 활동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도 이를 도와주면 치매 진행 단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며 “치매학회에서는 뇌 건강을 위한 일상생활 지침을 통해 단계별 행동 요령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저녁에 일기 쓰기를 권한다.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을 기록해두는 습관을 갖고, 내일의 약속과 모임을 점검하자는 것이다. 물건은 항상 같은 자리에 놓고, 이동 시에는 앉았던 자리를 확인하자. 매일 한 시간 이상 빨리 걷기를 하고, 새로운 공부나 취미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대화할 때는 ‘거시기’라고 하지 말고 정확한 단어를 찾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손을 이용한 미술, 노래 교실, 수학 공부도 추천된다.

단계가 올라가면, 본인이나 가족의 사진으로 기억을 자극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자주 얘기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간단한 요리, 집안일, 은행일, 약 먹기, 전화 걸기 등을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좋아하는 옷, 음식, 음악을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중등 단계로 가면, 세수, 양치질, 걸레질, 설거지를 스스로 하게 하고, 못하더라도 잘한다고 격려해야 한다. 신체 부위 이름을 자주 알려주어 통증이나 이상 증세를 정확히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출 시 문단속을 잘하는지 살펴보고, 단어 찾기 등 기억 훈련을 집에서 매일 하는 게 좋다. 나중에는 필요한 것을 요구할 때 몸이나 손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연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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