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엘리엇 스미스의 유언

이진우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2023. 1.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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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한상엽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를 아시는지? 그는 미국 인디계의 전설적인 가수다. 영화 ‘굿 윌 헌팅’에 삽입된 노래 ‘미스 미저리(Miss Misery)’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가수. 나는 그의 오랜 팬이다. 실존했던 연쇄살인범의 별명을 제목으로 했지만, 연쇄살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추상적인 가사들로 이뤄진 ‘샘의 아들(Son of Sam)’이나, “모든 것이 그녀를 생각나게 한다(‘Everything Reminds Me of Her’)” 같은 진부한 노랫말도 그가 만들어낸 선율과 목소리를 거치면 가슴 철렁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이 위대한 뮤지션은 2003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한 팟캐스트에서 우연히 그의 마지막 유언을 들었다. ‘Forgive me, Elliott Smith’(나를 용서해줘, 엘리엇 스미스). 이 말은 내게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기의 생을 자기 손으로 마감하기 직전의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니. 도대체 이 사람이 갖고 있던 슬픔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꽤 오랫동안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그의 유언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가 남긴 말은 ‘Forgive me, God –Eliiott Smith(신이여 용서해주세요-엘리엇 스미스)’였다.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을 몇 년이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무언가 예술적인 경험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오해가, 오독(誤讀)이 예술 작품의 의도와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예술의 매력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머뭇거렸다. 한 사람의 비극적인 선택과 연결되어 있던 그 순간을, 나는 멋대로 예술적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말 안에서 엘리엇 스미스라는 구체적인 이름은 지워지고 나를 앞세운 통찰만 남은 것은 아닌가? 그런 걸 진짜 통찰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나는 그만한 통찰력을 가진 인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었던 것이라면? 만약 그 죽음이 내가 사랑하는 위대한 뮤지션 엘리엇 스미스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오해에 대해 통찰 비슷한 것을 시도조차 해보았을까? 나는 결국 이것을 써버리고 말았다. 구제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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