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자[이은화의 미술시간]〈250〉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3. 1. 19.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 건 오귀스트 로댕만이 아니었다.
로댕과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도 같은 제목의 초상화를 그렸다.
지적이면서도 고독한 미국 중산층 남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초상화로 평가받는 이유다.
'생각하는 사람'이란 제목은 화가 사후에 그의 부인이 추가했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 건 오귀스트 로댕만이 아니었다. 로댕과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도 같은 제목의 초상화를 그렸다. 세로로 긴 캔버스에는 실물 크기의 남자가 묘사돼 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서 있다. 도대체 그는 누구고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일까?
필라델피아 출신의 에이킨스는 필라델피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후 생애 대부분을 고향에서 화가 겸 교육자로 살았다. 인체를 직접 보면서 해부학적으로 관찰해 그린 초상화와 누드화로 유명했다. 그의 초상화는 모델을 이상화하지 않고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퇴짜 맞기 일쑤였다. 고객이 거의 없었기에 주로 친구나 가족, 제자들을 모델로 그렸다. 이 그림 속 남자도 친구이자 처제의 남편인 루이스 켄턴이다. 잘 차려입은 그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실내에 서 있다.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머리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반적으로 초상화 속 귀족이나 중산층 남자들은 앞을 응시하기 마련인데, 켄턴은 자기성찰적인 모습이다. 지적이면서도 고독한 미국 중산층 남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초상화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실 켄턴의 삶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필라델피아 출신 곡물상의 아들로 시의 회계를 담당하는 서기였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켄턴이 에이킨스의 처제와 결혼한 건 1899년 5월. 아마도 이 그림은 두 사람의 결혼 선물로 그려졌을 것이다. 화가는 부부가 된 친구와 처제의 행복을 빌며 선물했겠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짧게 끝났다. 이는 켄턴의 폭력성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림의 원래 제목은 ‘루이스 켄턴의 초상화’였다. ‘생각하는 사람’이란 제목은 화가 사후에 그의 부인이 추가했다. 자신의 동생을 불행하게 만든 남자에게 로댕의 걸작과 동일한 제목을 붙이다니! 그가 평생 고개 숙인 채 삶을 성찰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을까.
필라델피아 출신의 에이킨스는 필라델피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후 생애 대부분을 고향에서 화가 겸 교육자로 살았다. 인체를 직접 보면서 해부학적으로 관찰해 그린 초상화와 누드화로 유명했다. 그의 초상화는 모델을 이상화하지 않고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퇴짜 맞기 일쑤였다. 고객이 거의 없었기에 주로 친구나 가족, 제자들을 모델로 그렸다. 이 그림 속 남자도 친구이자 처제의 남편인 루이스 켄턴이다. 잘 차려입은 그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실내에 서 있다.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머리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반적으로 초상화 속 귀족이나 중산층 남자들은 앞을 응시하기 마련인데, 켄턴은 자기성찰적인 모습이다. 지적이면서도 고독한 미국 중산층 남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초상화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실 켄턴의 삶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필라델피아 출신 곡물상의 아들로 시의 회계를 담당하는 서기였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켄턴이 에이킨스의 처제와 결혼한 건 1899년 5월. 아마도 이 그림은 두 사람의 결혼 선물로 그려졌을 것이다. 화가는 부부가 된 친구와 처제의 행복을 빌며 선물했겠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짧게 끝났다. 이는 켄턴의 폭력성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림의 원래 제목은 ‘루이스 켄턴의 초상화’였다. ‘생각하는 사람’이란 제목은 화가 사후에 그의 부인이 추가했다. 자신의 동생을 불행하게 만든 남자에게 로댕의 걸작과 동일한 제목을 붙이다니! 그가 평생 고개 숙인 채 삶을 성찰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을까.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민노총 핵심간부들, 北지령받아 반정부조직 시도”
- [김순덕 칼럼]이재명은 그들의 도구인가, 아니면 ‘도끼’인가
- [단독]국정원, 방첩조직 신설… 시민단체-정계 이어 노동계로 수사 확대
- 尹, 인텔CEO 등과 다보스 회동 “한국에 투자를”
- 이재명 “28일 검찰 출석”… 대장동-위례 의혹 조사
- 북한, 최고인민회의 정상 개최…김정은 불참·대외 메시지 없어
- [단독]日측 “경단련 차원서 日기업들 징용재단 기금참여 가능”
- 화물차 안전운임제 개편… 화주 처벌규정 없앤다
- [단독]韓美 국방장관, 내달 5년여만에 JSA 갈 듯… 대북경고 메시지
- ‘비윤 낙인찍힐라’… 與 당권주자-의원들, 나경원에 십자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