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新냉전 맞아? 무역은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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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발동하며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지만,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중 간 교역은 ‘관세 폭탄 부과’ 등 대중 강경 정책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일시 하락했다가 2021년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세계) 진출을 막고, 중국이 워싱턴의 세계적 영향력에 맞서려는 ‘신냉전’과 무관하게 G2(주요 2개국) 간 경제가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월에 발표될 2022년 미·중 교역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그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인구조사국이 집계한 2022년 1~11월까지 자료에 과거 5년간 12월 교역량 평균치를 더했더니 작년 미·중 총교역액이 6944억달러(약 862조2365억원)에 달했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5556억달러)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 2021년에는 양국 교역액이 6563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흑자 규모는 3905억달러로 추산된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등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2020년 기준)은 휴대폰(443억달러·약 55조1490억원), 컴퓨터(345억달러), 방송 장비(225억달러) 등이었다.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2020년 기준)으로는 민항기(55억달러), 대두(41억달러), 자동차(34억달러)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워싱턴 정가에서 반중(反中) 외교 노선에 대해선 초당적 합의가 형성됐음에도 이 같은 수치가 나온 것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양국의 적대적 관계에도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결국 시장의 ‘효율성’ 원리 때문이다. 과거 무역 규모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미·소 냉전 시대와 달리 미·중 간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양국 정부의 각종 제재에도 불구, 필수품 등에 대한 교역이 자연스럽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은 “이는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라며 “중국에 대한 엄격한 디커플링은 미 국민의 생활수준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또 “중국 또한 자국민의 생활수준과 경제성장이 안정되려면 미국과의 교역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마불사(Too big to fail)란 구호는 은행·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미·중 간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양국 교역을 아예 단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 정부가 반도체는 물론 AI(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에서 잇따라 제재 조치를 내리고 있음에도 미국이 작년 중국으로 수출한 첨단 기술 제품 규모가 340억달러(약 42조19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대중 수출액 총액의 약 22%에 달하는 것으로, 품목별로 보면 첨단 전자, 생명공학, 항공우주 제품 순이었다. 미 벤처캐피털 머리 힐의 임원인 마이크 번스는 “(미·중 갈등은) 기술 우위를 위한 싸움”이라며 “양국 경쟁이 무역 균열로 이어지지 않는 건 미국은 기술 우위, 중국은 기술 자립 등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고 상호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 제재로 모든 첨단 분야의 교류를 막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수출 통제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폴 샤레 부회장은 지난 1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장기적인 경쟁의 측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기엔 ‘디커플링(탈동조화)’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게 하고, 필요할 때 중국이 미국의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접근법”이라고 했다. 백악관과 연방의회 주변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뜻을 보이고 있는 것에 주목, 미·중 교역량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 유라시아그룹의 알리 와인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중 디커플링이라는 수사학이 현실을 앞지르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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