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교전원 논쟁과 교사양성체제 모순

기자 2023. 1.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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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신설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향신문은 “교사상도 제시 못한 교육전문대학원안, 졸속 추진 안 된다”는 질타성 사설을 내보냈고, 많은 교육 관련 단체들이 이것을 교원정원 감축 의혹과 연결시켜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부인하더라도 향후 기존의 학부 중심 교대·사대 교사양성체제가 축소 혹은 폐지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보인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그런데 이 문제의 본질은 사실상 교육개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이해되어야 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교대·사대 혹은 교전원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개혁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놓치지 않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획일적인 평등주의를 지양하고, 아이들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는 교육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입으로 했던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정원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다양하고 능력 있는 교사들을 더 투입해야 한다. 현재 교사가 남아돈다는 말은 공장제 수업방식을 전제로 한 개념일 뿐이다.

되돌아보면, 문민정부 이후 교사양성체제 개선을 위한 수없는 정책들이 발표되고, 교원양성기관평가가 반복되었지만 실질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사양성에 대한 낮은 투자, 규제식 관리, 현상유지를 전제로 한 정책 등을 통해 초중등교사 양성체제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인 교과중심주의이다. 각 교과들은 배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고 교사양성은 과목별 칸막이 안에 고정되어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융합교과, 고교학점제, 초학제적 교육과정, 역량기반 교육 등 새로운 교육 조류를 실현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한 가지 교과만 가르치다가 정년을 맞는 교사 시스템의 한계는 분명하다. 교사 수급을 교과목별로 따로따로 가져가는 현재의 시스템은 광역화와 융합화를 전제로 개혁되어야 한다. 또한 AI가 교실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교사란 누구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은 교전원 설립만으로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의 쟁론을 교대·사대냐 혹은 교전원이냐라는 배타적 선택의 문제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먼저 교대·사대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 검토와 지속적 공론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의 교대·사대의 교직원, 학생, 졸업생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30%대 지지도의 나약한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손쉬운 변화가 아닌 만큼, 현 정부의 임기 내에 실현하려고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자칫하면 또 하나의 ‘만 5세 취학’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의 답보상태에 있는 교대·사대 체계의 문제점을 해부하고 뜯어고칠 수 있는 교육계 전체의 결단이 필요한 마당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애써 만든 국가교육위원회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지금까지 지방 사립대학에서의 사범대학은 그 대학의 최고 인기학과들이었으며, 교대와 사대는 그나마 지방대학이 생존할 수 있었던 최후의 보루였다는 것이다. 교전원을 전면화하면서 기존의 교대·사대를 축소 통폐합하는 정책은 자칫 지방대 몰락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의 법전원이나 의전원처럼 수도권 출신들이 지방의 교전원을 장악하게 될 경우 그 졸업생들이 과연 지방 교육의 중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나는 교사양성이 국가 차원이 아니라 시·도 차원에서 다양화·자율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사는 시·도교육감이 임명하고, 양성과 임용정책도 시·도 차원에서 결정하도록 이 부분에 대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그래서 시·도 단위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정책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있으면, 그 수혜는 늘 수도권이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중심성이 수도권 중심성이 되고, 모든 인력은 수도권을 위해 봉사한다.

교전원의 실제 역할을 교대나 사대가 할 수 없었던 곳에서 찾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교전원은 실험적으로 기존의 교대·사대가 양성해오던 학교교사가 아닌 새로운 교육전문성, 즉 인생 100세 시대의 유아·평생학습에 필요한 학교 밖 교육전문직의 양성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의 직종 전환, 커리어 디자인, 성인학습, 평생교육, 인공지능기반 교육 등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기존의 인문계, 기술계 학원 종사자들도 더 이상 교육전문직의 경계 밖에 둘 수 없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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