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 인사이드] 오일머니, 뉴캐슬 이어 리버풀·토트넘에 눈독
요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현지 팬들의 가장 큰 화두는 리버풀FC와 토트넘 홋스퍼의 대결이다. 축구 실력으로 겨루는 게 아니다. 최근 카타르 정부 산하의 투자사가 리버풀 또는 토트넘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어느 팀이 카타르의 막강한 자본력을 거머쥘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석유나 가스 등 천연 자원을 기반으로 한 거대 투자 자금을 흔히 ‘오일 머니’라고 부른다. 2000년대 중반 유럽 축구에 들어오기 시작한 ‘오일 머니’가 최근 들어 더 빠르게 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뉴캐슬을 인수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주목받았고, 카타르는 지난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국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재미를 봤다. 2008년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아랍에미리트(UAE)도 좋은 선례 중 하나다.
◇팀 색깔이 사라진다
리버풀 팬들은 카타르에 인수될 수 있다는 소식에 미묘한 반응이다. 상당수 팬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매번 이적 시장에서 속 시원한 영입을 못 했고, 올 시즌 리그 성적도 9위에 머무르는 등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버풀의 ‘잡초’ 축구를 못 볼 것이라고 걱정하는 팬도 적지 않다. 지금껏 리버풀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You’ll Never Walk Alone)’라는 전통적 슬로건 아래 똘똘 뭉치는 특유의 축구를 펼쳐왔는데, 오일머니로 새 선수를 많이 영입하면 자연스레 팀 색깔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한 현지 팬은 관련 뉴스 댓글에 “‘오일 머니’의 맨체스터 시티를 늘 비난했던 우리가 그 꼴이 된다”며 “중동이 EPL을 아주 잘 망치고 있군”이라고 썼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은 2000년대 신구 조화와 함께 우아한 축구를 펼치는 중위권 팀으로 팬층이 두꺼웠다. 그러나 2011년 카타르 국부 펀드의 자회사인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에 인수된 뒤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였으나, 이렇다 할 팀 색깔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중하위권 팀들이 경쟁력을 잃어 전력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독일 바이에른 뮌헨 등 선수들이 선호하는 구단이 아닌 이상, 보통의 팀이 영입 경쟁에서 중동 자본을 이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PSG가 보너스로만 약 1589억원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킬리안 음바페(25)와 재계약에 성공하자 하비에르 테바스 스페인 라 리가 회장은 “이런 계약은 유럽 축구의 경제 생태계를 훼손하고 스포츠 정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아직
리그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오일 머니’ 팀들이 아직 완벽히 점령하지 못한 고지가 있다. 바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다. 첼시가 2011-2012, 2020-2021시즌 두 차례 우승했을 뿐, 첼시보다 많은 돈을 투자한 맨체스터 시티와 PSG는 번번이 토너먼트에서 좌절했다.
‘오일 머니’ 팀들의 특징은 단기간에 여러 스타 선수가 뭉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팀워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그에서는 한참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쌓아 우승할 수 있지만, 각 국가 강팀들이 모여 ‘왕중왕’을 겨루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 끗 차이로 탈락한다. 세르비아 매체인 모차르트스포츠는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만은 돈으로 사지 못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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