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한국 첫 신문광고는 '고백'이었다
국민의 부정적 인식 '심리적 장벽' 없애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광고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광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광고업계와 광고학계에서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한국광고총연합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광고산업 재정의 연구 발표회’는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견해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였다. 공통된 의견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소비자 행동이 달라진 상황에서 기존 광고 개념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광고 현상을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광고에 대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예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산업계, 법률계, 소비자 측면에서 광고의 정의를 비교했다. 그는 법률계는 미디어 매개와 유료 및 식별 가능한 출처를 중시하지만, 소비자는 인지와 정서 및 행동 변화를 광고의 핵심 요소로 생각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기업 관점에서만 미디어를 바라보던 근시안에서 벗어나 정보, 상품, 행동을 매개로 기업과 소비자의 접점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소비자 관점의 미디어에 주목해야 하며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곳이 모두 미디어인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광고산업 진흥이라는 취지와 광고산업계 내부의 시각에서 봤을 때 발표 내용은 타당한 주장이자 시의적절한 탁견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가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살다 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며, 다른 각도에서 생각했다면 더 좋은 해법을 찾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몰려들 때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광고 개념의 재정립과 광고 범위의 확대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다른 각도인 광고산업계 외부 관점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면 어떨까 싶다. 다시 말해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에서 광고를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선전’과 ‘광고’의 차이를 그토록 여러 차례 설명했건만,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텔레비전에 광고가 나오면 아직도 선전이라고 말씀하신다. 광고의 경제적 기능, 사회문화적 기능, 대중매체 육성 기능, 정보 제공 기능, 소비문화적 기능, 마케팅적 기능에 대해 꽤 자주 이야기했지만 언론계에서 30년 넘게 종사한 친구 녀석은 여전히 광고를 기사의 ‘아랫도리’ 정도로 취급한다. 친구 월급을 광고가 주는 셈이라고 말해도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각도에서 광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까지 광고산업 내부의 관점에서만 광고를 바라봤다면, 앞으로는 국민의 상식적인 관점에서 광고란 도대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광고가 왜 사회에 필요한지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좋은 광고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찾아 광고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그동안 광고인들은 제도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말로 심각한 현실은 광고에 대해 국민이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장벽이다. 이런 장벽을 ‘심리적 규제’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싶다. 제도적 규제의 완화보다 더 시급한 사안은 그런 심리적 규제의 완화다. 광고산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어떤 산업보다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답 없는 메아리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국민의 마음속에 똬리 틀고 있는 광고에 대한 심리적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이 시급한 당면과제다.
국회에 가 있는 ‘광고산업진흥법’ 제정에 관한 논의와는 별개로, ‘광고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도 광고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다는 사실을 환기함으로써 국민의 심리적 규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신문 광고인 세창양행 광고에서는 광고를 광고라 하지 않고 ‘고백(告白)’이라고 표현했다(한성주보 4호, 1886년 2월 22일). 마치 사랑한다고 고백하듯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많아질수록 국민들이 광고에 대한 심리적 규제를 조금씩 풀어주지 않겠는가. 광고의 새로운 개념과 범위를 이런 각도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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