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퇴출’ 케빈 스페이시, 공로상 수상… “불러준 배짱 감사”
‘미투(MeToo)’ 폭로로 할리우드에서 사실상 퇴출된 배우 케빈 스페이시(63)가 이탈리아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서 “박물관의 배짱에 가슴이 벅차다”며 농담 섞인 소감을 전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선 스페이시의 성범죄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토리노의 국립영화박물관은 16일(현지시각) 스페이시에게 연극 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며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다. 주최 측은 트위터에 “카이저 소제에서 레스터 번햄, 프랭크 언더우드에 이르기까지. 그는 배우로서 특정 유형의 캐릭터를 탐구하고 뛰어난 연기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스페이시가 강사를 맡는 특별 수업도 개설했다.
스페이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라며 “나를 초대해 준 박물관의 배짱에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페이시는 1990년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로 각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타 배우다. TV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는 2017년에 과거 소년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배우 앤서니 랩이 14살이던 1986년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었다. 이후 스페이시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그는 배우와 극단 관계자 등 동성 20여명을 성추행한 혐의 등 12건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며칠 전에도 영국 런던 법원에 화상으로 출석해 20년 전 성범죄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 대사면의 땅’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립영화박물관을 비판했다. 이 매체는 “(미투 운동의 시작이었던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은 감옥에 갔고, 프랑스는 증거가 없거나 재판 전이라도 배우에게 성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상 자체를 금지했다”면서 “이탈리아는 인간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진부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는 학대를 감추고 가해자들을 숨게 한다”며 “인간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상을 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이 곧 삶이라는 것을 증명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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