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70] 스토리가 있는 가게
뉴욕 첼시 지역에 작은 가게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스토리(Story)’. 근래 소매업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매장이다. ‘요리’ ‘건강’ ‘여행’ 등 우리 생활의 소재들로 이야기를 꾸미고, 그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일 년에 몇 차례, 시기적절한 주제를 구상한다. 예를 들어 밸런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의 경우 ‘러브 스토리’를 테마로 섹시한 속옷, 초콜릿, 향이 좋은 초 등을 전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스토리를 바꿀 때마다 상품의 편집과 디스플레이를 위해서 일주일씩 문을 닫는다. 상점의 이름대로 그야말로 ‘스토리’를 들려주는, 아니 보여주는 신선한 방식이다. 마치 정기적으로 바뀌는 갤러리 전시를 감상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가 성공하자 자사의 성격에 맞는 스토리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예를 들면 ‘명절의 기쁨’을 주제로 작은 선물 아이템들을 판매할 때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만드는 재미’라는 주제로는 GE가 협찬하는 방식이다.
벤저민 무어(Benjamin Moore) 페인트 회사 협찬의 ‘색채 스토리’에서는 알록달록한 캐시미어 양말, 립스틱, 색상이 예쁜 무선스피커 같은 상품을 판매하였고, ‘남성들의 스토리’를 위해서 질레트 면도기, 올드스파이스 로션 등을 생산하는 P&G사가 협찬을 하면서 매장 한쪽에서 손님에게 무료 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열었다. 요청이 있을 시에는 큰 회사를 출장 방문해서 원하는 스토리로 팝업 상점도 열어준다.
엄청난 편집력이다. 마치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며 온갖 재미있는 콘텐츠를 둘러보는 경험이다. 잡지가 사진들과 글을 매개로 한다면 스토리 매장은 상품과 이벤트로 메시지를 전하는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인 것이다. 몇 해 전 메이시스(Macy’s)가 스토리 매장을 인수, 현재는 백화점 내부에 매장이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짜 가게의 경험, 진짜 세상과의 소통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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