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설 연휴 개봉 영화 ‘유령’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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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오늘은 설 연휴 극장가에 나란히 개봉하는 한국 대작 영화 ‘유령’과 ‘교섭’ 리뷰입니다.
◇영화 ‘유령’
1933년 일제 총독부 내에 항일 스파이 조직이 침투한다. 미지의 스파이를 일컫는 암호명이 ‘유령’. 일제 총독부는 ‘유령’을 찾아내기 위해 대대적인 색출 작전에 나선다. 용의자들은 사실상 외딴 호텔에 감금되기에 이른다.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준지(설경구),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서현우) 등이다. 이들은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거나 상대를 고발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유령’으로 몰릴 판이다.
영화 ‘유령’은 밀실 추리극과 항일 첩보물을 결합시킨 이색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건 자백과 침묵 사이의 심리전을 일컫는 ‘죄수의 딜레마’와 닮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밀고하면 곧바로 내가 파멸 위기에 처하지만, 반대로 모두 침묵하거나 역공을 노린다면 난관을 돌파할 희망이 생길 수도 있다. 과연 용의자들은 협력과 배반 사이에서 어떤 길을 택할까.
본래 첩보물은 서늘함을 유지해야 하는 장르다. 반대로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영화에선 뜨거운 열기가 분출한다. 둘 사이의 적절한 온도 조절이야말로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일 것이다. 포석 단계에 해당하는 전반에는 이 온도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문제는 차가운 첩보에서 뜨거운 액션으로 장르와 온도가 모두 급변하는 중반부터다. 스타일의 과잉으로 이야기의 허점을 메우려는 한국 상업 영화의 고질적인 약점이 후반으로 가면서 두드러진다. 용의자들의 사연이 드러날수록 급격하게 동력을 잃는 점은 이 영화의 묘한 아이러니다.
◇영화 ‘교섭’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선교단 20여 명이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납치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탈레반이 내건 조건은 투옥된 조직원들의 석방. 설상가상으로 남은 시간은 24시간이 전부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부 실장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이 현장 투입되지만, 막상 이들은 교섭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친다.
‘교섭’에는 영화적 미덕이 적지 않다. 우선 정의감과 상업성을 적당히 뒤섞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분노 상업주의’와 과감하게 작별했다. 서늘한 외교전과 뜨거운 액션의 배합 비율도 적절하다. 거칠고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빈의 오토바이·차량 액션은 ‘공조’ 시리즈 이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은 결코 우회하는 법 없이 종착점까지 우직하게 직진하는 정공법을 펼쳐 보인다.
물론 약점도 있다. 온 가족이 극장가를 찾는 설 연휴 기간을 감안하면 논쟁적 주제는 자칫 흥행의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서 테러범에게 거액을 지급한 사건을 결과적으로 미화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여성 감독의 영화인데도 여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운 역설이다.
하지만 서너 개의 단점보다 한 가지 장점이 크게 돋보이는 영화가 있다. ‘교섭’이 그런 경우다. 영화에서 시종 두드러지는 건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들의 사투(死鬪)다. 그런 의미에서 ‘교섭’은 무엇보다 직업 정신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한국 상업 영화에서 공란으로 남아 있던 대목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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