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4] 노래에 ‘고향’ 있으니
‘고향의 봄’은 오늘날까지도 애창되는 노래다. 잡지 ‘어린이’ 1926년 4월호에 처음 실린 ‘고향의 봄’ 노랫말은 당시 15세의 이원수가 써서 입선한 작품이다. 1930년에는 한우현이란 어린이가 쓴 ‘고향의 봄’이 신문에 소개됐다. 얼마 후 누군가 같은 지면에서 그 작품이 이원수의 것을 약간 수정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의 봄’은 1929년 10월에 발간된 ‘조선동요백곡집’에 실렸다. 하지만 이보다 몇 달 앞선 1929년 5월에 이일래(본명 이부근)가 이원수의 노랫말에 곡을 붙여 ‘고향’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통영에서 발간된 동인지 ‘노래동산’ 창간호에 수록된 이일래의 ‘고향’은 8분의 6박자에 5음 음계를 사용한 민요풍 노래다. 이와 달리 홍난파의 ‘고향의 봄’은 4분의 4박자에 5음 음계를 주로 사용했으나 ‘파’가 경과음으로 한 번 나오는 동요다. 이일래의 것은 주목받지 못했으나 홍난파의 것은 애창되면서 독립운동 가요로까지 불렸다.
홍난파의 동요곡집이 인기를 얻으면서 ‘고향의 봄’이 음반으로 발매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1925년에 이미 ‘창가 잘하는 아동’으로 소개되었던 서금영이 1930년 ‘고향의 봄’을 녹음했다. 음반은 1931년 발매되었는데, 음반 표지에 ‘고(故) 서금영’이라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안타깝게도 서금영은 장티푸스로 1931년 21세 나이로 요절했다. 그나마 노래 신동이었던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2023년 현재 고향은 어떤 의미일까? 윤수일이 1981년 발표한 ‘제2의 고향’에서는 삭막한 도시를 “그래도 나에겐 제2의 고향”이라고 긍정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현대에는 이사도 잦고 태어난 곳만큼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중요해지면서 ‘고향’이 지닌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 간다. ‘고향’이란 말을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다.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설을 앞두고 있노라니 고향이란 단어가 정감을 불러온다. 현대에는 유형의 장소가 아닌 무형의 어떤 것이 고향일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어떤 형태로든지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는 안식처로서의 고향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옛날 노래를 다시 부르고 좋아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와 현상도 향수를 찾는 우리의 마음을 반영한다.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인 누군가의 고향은 어쩌면 노래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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