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삼성생명 김나연이 재활 후에 다진 각오
※ 본 인터뷰는 2022년 11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운동 선수라면 크고 작은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농구처럼 신체 접촉이 있는 격한 종목은 더욱 그렇다. 지난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던 김나연은 올해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힘겨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복귀한 지금은 ‘보여주고, 살아남기 위해’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학생 때는 시간이 되면 진급하고, 3학년을 마치면 졸업하는 시스템이잖아요. 반면, 프로는 제가 보여줘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더 부지런해졌어요. 더는 다치지 않고 싶어요.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만큼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잊히지 않을 6월 28일
2017~2018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8순위, 2라운드 2순위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은 김나연(180cm, F). 그는 2018~2019시즌에 정규리그에 첫 출전을 했고, 해당 시즌 퓨처스리그에선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팀 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성실히 운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김나연은 큰 시련을 맞닥뜨렸다. 2021년 6월 말, 박신자컵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측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 김나연은 “박신자컵 전에 진행한 연습 경기에서 수비하다가 다쳤어요. 수술하고 올해 4월까지 재활했어요”라며 허무하게 놓친 2021~2022시즌을 아쉬워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러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김나연은 2022~2023시즌을 앞둔 비시즌에 복귀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악재가 찾아왔다. 김나연은 “컨디션이 좋을 때 (무리하다가) 더 다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랜만에 복귀해서 태백 전지훈련을 마치고, 일본 전지훈련을 준비할 시기였어요. 훈련 중에 달리기하는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오면서 넘어졌어요.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햄스트링이 파열됐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연이은 부상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김나연은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도 (좌측) 십자인대를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달랐어요. 당시엔 2~3학년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크게 힘들진 않았는데, 프로는 다르잖아요. 1년을 그냥 버려야 한다는 마음에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이전까지 제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올해는 진짜 열심히 해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니까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어요”라며 쓰라렸던 시간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희 팀에도 십자인대를 다친 사람이 많아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았어요. ‘맞아, 이랬었지. 그땐 그래’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심적 부담감을) 많이 해소했어요. 괜찮냐고는 물어보지 않았어요. 괜찮지 않은 걸 아니까요. 그래도 절 방에 혼자 있게 하지 않고, 찾아와서 얘기를 나눈 덕분에 속상한 마음을 빨리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덧붙여 자신은 6월 28일을 못 잊을 거라고 전했다. 김나연은 “작년 6월 28일에 십자인대를 다쳤는데, 올해 햄스트링도 6월 28일에 왔어요. 앞으로 6월 28일엔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김나연은 우측 햄스트링 파열 이후 3개월의 공백기를 거쳐 지난 9월에 복귀했다. 인터뷰를 할 당시에는 체력을 회복하며 경기에 뛸 수 있는 날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김나연은 지난 11월 3일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출전 시간은 1분 27초. 11월 23일 아산 우리은행전에서도 7분 47초를 소화했다).
그는 몸 상태에 관해 “차차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알리며 “감독님께서도 체력을 먼저 끌어올리라고 하셨어요. 훈련 땐 팀원들의 연습 상대를 해주면서 감을 찾아가고 있고요. 작년엔 재활실에만 있어서 시즌이라는 느낌이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같이 체육관에서 몸도 풀고, 원정도 다니니까 시즌이라는 게 실감 나요”라고 했다.
12월 말부터 열릴 퓨처스리그 출전에 관한 질문엔 “100% 할 순 없겠지만, 팀원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는 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얻는 점도 말했다. 김나연은 “확실히 제가 하는 거랑 보는 건 다르더라고요. 밖에서 보는 게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하시는 말씀과 전술도 잘 새겨듣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위치에서 하는 노력을 밝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게 없어요. 팀으로는 우승과 준우승도 해봤지만, 전 그냥 흘러간 것 같아요.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제가 한 거니까 인정해요. 일단 부상 없는 걸 우선순위에 뒀어요”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한때 대학 진학을 염두에 뒀다는 김나연은 “프로의 벽이 높아 보였고, 제가 낄 레벨이 아닌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 나이에 대학에서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어요. 트레이너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에 재활하면서 트레이너 선생님들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선생님들이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못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프로에 입단한 게 다행인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연은 “신입 때는 힘들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2년 차에 퓨처스리그 MVP를 받고, 언니들과 5대5를 하면서 경기에 뛰는 게 재밌어졌어요. 할수록 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베테랑 언니들을 보면 정말 달라요. 저도 잘하고 싶어요”라며 발전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학생 때는 시간이 되면 진급하고, 3학년을 마치면 졸업하는 시스템이잖아요. 반면, 프로는 제가 보여줘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더 부지런해졌어요. 더는 다치고 싶지 않아요.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만큼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사진 =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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