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은 이란’ 발언에 각계서 “빠른 수습” 촉구·우려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한 발언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UAE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고 비판한 한편 각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빠른 수습을 촉구했다.
앞선 15일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큰 논란을 불렀고 이란 측은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근거 없이 이란을 겨냥해 적대적 발언을 내놨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현지 교민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우리 선박도 적잖은 곤경을 당할 수 있다”며 “기초적 사리 판단도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윤 대통령 발언을 ‘실언’이라고 규정하고 신속하고 성의 있게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논란을 언급 “결코 말로 대충 얼버무릴 사안이 아님을 인지하고 물밑 외교에 최선을 다해주길 충심으로 바란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중동 외교는 신남방, 신북방과 함께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중심축”이라며 “특히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는 미래 산업의 근간인 에너지 사업과 관련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방산과 관련해서도 더없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UAE와 외교적 차원을 넘어 형제의 정을 쌓았고 사우디와 전면적인 협력의 장을 열어가는 한편 국제적 제재 상황 속에서도 이란과 긴밀한 소통으로 이해와 협력의 길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어느 한 나라 중요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며 “국회에도 신속히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을 보내 여야 모두에게 성의있는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적극 진정시키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전 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에 대해 “1962년 수교를 했다. 우리가 많은 제품을 (이란에) 수출하다가 미국이 제재를 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가) 지금도 안 좋다. 우리가 원유를 많이 수입하고 미국의 제재 때문에 대금 결제를 못 한다”며 “지난번에 우리 선박이 납치됐을 때도 엄청 고생해서 풀어냈다. 엄격하게 말하면 한국, 이란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이란 문제에 우리가 딸려 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공해상을 운항하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석 달여 간 억류하며 양국 관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이어 “실제로 제가 아랍에미리트 가서 보니까 이스라엘도 이란하고 민간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는 등 관계 개선이 많이 돼 있더라”라며 “아랍에미리트도 정부 기관 간에 서로 대화가 많은데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왜 큰소리 쳐버리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우리 상선들도 피랍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우리 외교부도, 또 우리 대통령실도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대화를 잘 해야 할 것”이라며 “외교에서 대통령의 언어, 대통령의 말씀은 항상 검토되고 정제되고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한이란대사관은 18일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의 두번째 교역국이라며 “이란은 UAE의 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이날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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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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