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아’ 추신수 “야구 인생 진행형...한 번도 잘한다 생각 안 해”[종합]
‘옥탑방의 문제아들’ 추신수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1400억의 사나이 야구 레전드 추신수가 출연했다.
이날 추신수가 등장하자 김숙은 “전현무 씨 아니에요?”라고 놀림으로 시작했다.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아시아 선수 최초 사이클링 히트,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 WAR,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 MLB MVP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운 추신수는 21년 만에 한국 복귀 후 한국 프로야구 최초 통합 우승을 이끈 레전드다.
김종국은 “신수 씨 오셨으니까”라며 친분을 보였고 정형돈이 그런 사이냐 묻자 추신수는 “2014년 텍사스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라고 말해 웃음 짓게 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 통합 우승을 만들어낸 추신수는 “미국 야구가 100년 역사가 넘는데 거기서도 다섯 번밖에 없는 것으로 걸로 알고 있다. 최고의 자리를 갈망하고 미국에 도전했기 때문에 거기서 못한 것을 제가 태어난 나라에 이뤄내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텍사스 감독님, 코치, 구단 직원들의 축하 연락이 인상 깊었다 덧붙였다.
우승 후 폭풍 눈물을 쏟아낸 추신수는 “운동장에서는 강한 이미지인 것 같은데 제가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다. 눈물 때문에 한 번 혼날 거 두 번 혼나기도 했다”라고 진실을 밝혔다.
사인볼을 요청하는 김숙에 그는 우승 로고 공에 사인해 ‘옥문아’에 기증하며 자신의 피규어를 꺼냈고 그 모습에 김종국은 “전현무..?”라고 말했다.
전현무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추신수는 “2015년에 타율이 1할이 안 됐다. 메이저리그 모든 타자 중 최악의 성적이었다. 팬분들이 뭐라 할지 댓글을 봤는데 ‘전현무가 친 거다’, ‘전현무가 야구 하고 있더라’라는 글을 봤다”라고 말해 웃음 짓게 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2할 7푼 5리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 우승, 사이클링 히트까지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21년 만의 한국 생활로 메이저리그와 다른 점을 묻자 그는 선후배 문화가 뚜렷한 점을 꼽았다. 추신수는 “불편하다. 운동장에서는 동등했으면 좋겠다. 후배라도 스포츠고 선배라서 약하게 하는 건 아닌 거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에는 응원가 문화가 없어 한국에 올 때 기대한 추신수는 “당시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갈등하게 된다. 1번 타자라 공도 많이 보고 침착하게 출루해야 하는데 ‘추신수 홈런’이 있다”라며 부담스러움을 고백했다.
그는 “다른 때는 괜찮은데 투수가 던지는 순간 들리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라고 덧붙였다.
텍사스 선수 시절 응원법 ‘고추(Go CHOO)’에 그는 “유난히 한국 팬들이 많이 웃는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킥킥대는 걸 보면 한국 분들이다”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한국 뜻을 아는 팬도 있냐는 물음에 그는 “팀 선수들에게는 설명했다. 응원하는데 왜 웃냐고 하길래 한국 뜻을 알려줬다”라며 한국에서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있다고 밝힌 추신수는 “이정후, 안우진 선수다”라고 밝혔다. 이정후 선수를 보면 추신수 젊을 적 모습 같다는 정형돈에 그는 “이정후 선수가 저보다 낫다. 그 나이 또래에 비해서. 스물여섯 그 나이때와 저를 비교해 보면 나보다 더 완성된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중 관중에게 욕을 들어본 적 있다고 밝힌 추신수는 “처음 미국 생활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영어를 모르니 그냥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귀가 트이고 나서 신경 쓰였다. 캔자스시티와 경기 중에 관객석에서 인종차별 말을 했다. 듣기 거북해서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2루 주심에게 인종차별에 대해 말했다. 뒤로 돌아보지 말고 누구냐고 물어봐서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말했다. 이후 경호원을 호출한 2루 주심이 관중을 퇴장시켰다”라고 말해 흥미진진하게 했다.
경기장 규율이 엄격한 미국에 그는 “경기 중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 못 간다.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미국 경호원들은 테이저건을 쏜다”라고 경고했다.
사구를 많이 맞아 마그넷 추로 불렸던 추신수는 “결론적으로 보면 출루율 때문에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었다. 사구 맞아서 두 번 정도 부러져서 수술도 했다”라며 수술 자국을 보여줬다.
의도된 사구에 대해 그는 “그건 티가 난다. 투수가 포수 사인을 보고 던져야 하는데 타자를 보고 던진다”라고 밝혔다.
엄청나게 긴 수신호에 추신수는 “한국에 와서 사인이 너무 어려웠다. 미국은 3~4가지 밖에 없는데 한국은 10가지가 되는 거 같다. 결국 코치님이랑 정말 심플한 사인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외삼촌이 L 자이언츠 박정태 선수다. 어릴 때부터 삼촌이랑 다니다 보니 사직 야구장에 거의 출퇴근했었다. 아홉 살 때 야구의 꿈을 키웠다”라고 전했다.
베이브 루스는 당시 미국 대통령보다 연봉이 많은 최초 스포츠 선수로 기록됐다. 아시아 최초 메이저리그 200 홈런 역사를 쓴 추신수는 계약금이 무려 7년 동안 1억 3천만 달러였다.
그는 “7년 동안 1년에 6개월만 급여를 지급한다. 한 달에 2주마다 두 번씩이다. 6개월이니까 1년에 12번 받는 거다. 텍사스는 주 세금이 없다”라고 말했다.
송은이는 연봉의 40% 정도는 세금을 내지 않냐고 물었고 추신수는 45% 정도 냈다고 말했다. 1,400억 원을 받고 가장 먼저 산 것을 묻자 그는 “사는 곳을 옮겼으니 집을 샀다”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거의 연봉협상에 대해 그는 “에이전트가 있다. 그분이 왜 업계에서 유명하냐면 준비를 정말 잘한다. 스캇 보라스와 오래 함께 했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제가 마시는 게 물이었는데 이 사람 말을 듣다 보면 탄산이 돼 있다. 언변의 마술사처럼 설득을 잘 시킨다”라고 말했다.
마이너리그 루키부터 시작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까지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월급 100만 원으로 한 가족이 생활하기 적은 금액에 그는 “모든 선수들이 어렵게 생활한다. 마이너리그는 허름한 모텔에 잠들면 메이저리그는 5성급 호텔에 잔다”라며 엄청난 차이를 공개했다.
식대 지원 차이를 묻자 그는 “메이저리그는 하루 120달러, 마이너리그는 20달러였다. 20달러로 세끼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0년~2022년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결혼을 경험한 선수들이 평균 31% 정도 기량이 줄었다는 결과에 추신수는 “32%가 되어야 한다. 따로 살다 한 집에 살게 되니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야구에 소홀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한테 한 번씩 그런다. 다음생에는 혼자 살겠다고. 아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항상 어릴 때부터 책임감, 성공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안고 살다 보니 다음 생에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타공인 잉꼬부부 추신수는 “2003년 미국 시즌이 끝나고 한국 와서 쉬는 동안 소개로 만나게 됐다. 보는 순간 달랐다. 그 자리도 저를 소개해주려고 만난 자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났는데 ‘뭐지?’ 했다”라고 밝혔다.
열악한 마이너리그에 마사지 자격증까지 직접 따 전담 트레이너를 자초했던 아내 하원미에 추신수는 “아이가 셋이다. 3일간 출산 휴가를 낼 수 있는데 야구가 급하기 출산하면 바로 복귀했다. 아내는 출산 다음 날 바로 직접 운전해서 퇴원했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 아팠다. 제가 산후조리를 해줄 형편도 안 됐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오전 경기에 저녁 경기 후 집에 추신수가 들어오면 아내 하원미 씨는 아이가 울어 남편이 잠을 설칠까 걱정해 아파트 계단에서 아이와 잠을 잘 정도였다.
아빠 따라 야구선수 꿈을 꾸는 두 아들 중 첫 째는 미국 명문대 야구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추신수는 “첫째는 신체 조건이 좋다. 타석에서 좋은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제가 인정할 정도다. 둘째는 성격이 승부욕이 강해 근성이 있다. 저는 한 번의 실수를 기억하고 노력하는데 둘째가 똑같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에서 돌아온 추신수에 아내 하원미 씨까지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기숙사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두 아들의 배웅을 위해 공항으로 간 추신수는 “절대 안 운다고 말했다. 체크인하고 포옹하는 순간 눈물이 너무 났다. 그 모습을 아내가 찍었다”라며 울보 면모를 보였다.
11세 막내딸에 대해 그는 “애교가 많다. 남자아이와 다르다. 저 없을 때는 벌레 장난감도 잘 들고 놀면서 제가 들어오면 무섭다고 운다. 아내가 보면서 ‘이상하다’라고 한다. 끈끈이 장난감을 천장에 던져 떨어져서 얼굴에 붙으면 웃다가 제가 오면 무섭다고 던지고 도망가서 우는 게 아내는 기가 차다고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한 명이 전체 회식비를 내기도 하냐는 물음에 추신수는 “코로나19 때 많이 그랬다. 선수 노조와 메이저리그에서 합의를 본 게 외출 금지다. 식사도 호텔에서만 먹어야 하니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샌디에이고 경기에 갔을 때 지인이 초밥집을 하고 있어서 호텔로 공수했다. 스테이크도 해서 먹었다. 많이 나올 때는 2천만 원 이상 나온다”라고 말해 경악하게 했다.
그는 음식 값은 정말 비싸도 200불 정도 하지만 주류가 비싼데 식당에서는 더 비싸다며 이유를 밝혔다.
랜더스에 와서도 2군 후배들을 위해 고기를 사준 추신수는 “어릴 때 마이너리그에서 배가 고팠다. 메이저리그 선수 한 명이 전체 마이너리그 선수를 위해 밥을 사 준 적이 있다. 200명 정도 되는데 그걸 먹으면서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 성공해서 여유가 생기면 꼭 저렇게 해야겠다고. 미국에서 매년 스프링캠프를 하는데 매해 선수들에게 밥을 산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은퇴를 마주하게 될 추신수는 “다른 사람들 은퇴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호가 은퇴할 때는 제가 은퇴하는 것 같았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력도 은퇴를 하면 안 되는데 했다. 제가 은퇴하는 것 같아서 감정이 북받쳤다”라며 자신의 은퇴에 대해 “측근들은 한국시리즈 우승하러 왔고 우승했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한다. 그래서 구단에 그만하겠다 전달했었다.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중심이 되는 팀원에게 연봉을 인상하고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게 좋을 거 같다 했는데 구단에서는 조금 더 필요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팀에 남기 위해 아내를 설득했던 추신수는 “아내랑은 매년 은퇴 얘기를 한다. 아직까지 유니폼을 벗은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 은퇴를 생각하고 경기에 나가면 타석 나가서 울 것 같다. 대호도 은퇴하면서 저한테 장난 삼아 은퇴할 거 같다 하니 ‘야구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해라’라고 말해줬다”라고 전했다.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아내에 정형돈은 “그래서 은퇴를 미루고 있나요?”라고 물었고 당황한 추신수는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만루 홈런인데?”라고 말해 웃음 짓게 했다.
야구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말에 추신수는 “저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라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하기 때문에 결론을 낼 수 없다. 단 한 번도 야구를 잘 한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항상 부족했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야구장에 나간다. 아버지가 만족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고 했다. 그게 저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은퇴할 때 듣고 싶은 말은 ‘저 선수 야구에 진심이었다. 야구를 사랑했고 진심이었다’라는 말이 30년 이상 야구 인생이 보상될 것 같다”라고 말해 훈훈케 했다.
한편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김한나 온라인기자 klavie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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