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내면의 빛 드러내는 동아시아 미의식…'의금상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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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학고재가 18일 '의금상경'(衣錦尙絅)전을 개막했다.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쳤다'는 의미의 '의금상경'은 동양 고전 '중용'(中庸)과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명은 "한국 단색화의 본질과 단색화 이후 작가들의 정신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의금상경은 동아시아의 원초적 미의식이며 동아시아 현대화화에 여전히 흐르는 저류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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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쳤다'는 의미의 '의금상경'은 동양 고전 '중용'(中庸)과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어다. 제나라 귀족 여성 장강이 위나라 임금과의 국혼(國婚) 행사에서 백성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비단옷 위에 삼옷을 걸쳐 입은 데서 유래했다.
화려한 형식을 감추고 내면의 빛을 드러내는 것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미의식이다. 이번 전시는 의금상경 정신을 계승한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 15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940년대생부터 1970년대생까지 아우르는 이들 작가의 작품은 은수(隱秀)의 미학이 돋보인다.
한국 단색화 대표주자 최명영과 백색회화 거장 이동엽(2013년 작고)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고아한 매력이 물씬하다. 회화를 정신적 수행의 지난한 과정으로 해석한 최명영은 붓을 쓰지 않는 대신 손가락으로 물감을 뭉개고 짓이기는 방식으로 그렸다. 50년간 백색의 단색화를 그린 이동엽은 수양하듯 흰색 물감을 입힌 붓질을 수없이 반복했다.
후기 단색화 작가들도 의금상경의 사유를 지켰다. 겹회화 작가로 알려진 장승택은 겉으로 드러나는 주요 색으로 그 속에 담긴 무수히 많은 숨겨진 색들을 다스린다. 김현식은 에폭시를 칼로 그어 물감을 바르고 다시 에폭시를 부어 굳혀 칼로 긋고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통해 회화의 시각적 깊이를 구현했다. 박종규는 컴퓨터상의 노이즈를 확대해 회화에 재현했다.
김영헌은 혁필화(革筆畵) 기법으로 전자 자기장의 세계를 그렸다. 물결이나 파장을 연상시키는 선들은 부분적 섹션을 이루고 수많은 부분 섹션은 전체 그림과 절묘하게 조화된다. 박영하는 한국의 옛 토담을 연상시키는 걸쭉하고 옹골진 마띠에르에 나무, 그림자, 달빛 같은 자연적 소재를 통해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을 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명은 "한국 단색화의 본질과 단색화 이후 작가들의 정신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의금상경은 동아시아의 원초적 미의식이며 동아시아 현대화화에 여전히 흐르는 저류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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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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