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고려인 3세 친구 이리나가 찾아왔다…가회초교의 4박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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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준이에게. 너무 따뜻하게 대해줘 아주아주 고마웠어. 여름방학에 우수리스크에서 다시 만나길 바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사는 손이리나(12)양이 경남 합천 가회초 정효준(10)양에게 보낸 편지다.
정 회장은 "우수리스크 고려인 문화센터에서 한글과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고려인 후세들을 보고 놀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어서 조심스러웠지만 가회초교에서 이들을 흔쾌히 맞아줘 교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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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문화센터 한글학교생 5명 초청
4박5일 가회초교생들과 함께 지내
“효준이에게. 너무 따뜻하게 대해줘 아주아주 고마웠어. 여름방학에 우수리스크에서 다시 만나길 바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사는 손이리나(12)양이 경남 합천 가회초 정효준(10)양에게 보낸 편지다. 이리나는 지난 13~16일 효준이의 집에서 함께 지낸 뒤 17일 우수리스크로 돌아갔다. 이리나는 “우수리스크에 오면 이상설 할아버지의 유허비에도 가고, 최재형 할아버지의 기념관에 꼭 같이 가자.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자”라고 썼다.
동북아평화연대는 이리나가 우수리스크로 가는 배 안에서 효준이에게 쓴 이 편지를 18일 공개했다.
고려인 3세인 이리나와 친구들은 동북아평화연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진주시협의회 등의 초청으로 지난 13일 동해항을 통해 입국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 하늘길은 막혔지만 러시아~동해 간 뱃길은 열려있다. 이예까쪠리나(10), 유안나(12), 이아르뚜르(12), 막심 포돌킨(11) 등도 동행했다. 이들은 우수리스크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의 고려인문화센터 한글학교에 다닌다. 이곳에선 한글과 태권도 등 한국 전통문화를 배운다. 막심 포돌킨을 빼곤 모두 고려인 3세다.
우수리스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만주 횡단철도 환승역이 있는 곳으로 중국, 북한 등과도 교류했다. 일제강점기엔 이상설·최재형 선생 등이 독립운동을 벌였다. 우수리스크의 수이푼 강변엔 “조국광복을 이루지 못했으니 몸과 유품은 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유언한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으며, 안중근 의사 기념비·최재형 선생 기념관 등 항일역사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인구 18만명 가운데 5300여명이 고려인이다.
이번에 이들을 인솔한 한글학교의 다비덴코 예브게니아(44) 교사는 “고려인 3세 학생과 한글을 익히는 막심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하려고 함께 왔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이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잠사 관련 사업을 위해 우수리스크를 방문한 정명환 민주평통 진주시협의회장 등의 주선으로 한국을 찾았다. 정 회장은 “우수리스크 고려인 문화센터에서 한글과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고려인 후세들을 보고 놀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어서 조심스러웠지만 가회초교에서 이들을 흔쾌히 맞아줘 교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학생들은 모두 가회초교생의 집 세 곳에 나뉘어 4박5일 동안 지냈다. 이리나, 안나 등과 함께 지낸 효준이는 “오빠만 있고 언니가 없었는데 언니가 생겨 너무 좋았다. 윷놀이·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 놀고 싶다”고 말했다. 효준양의 아버지 정창석(56)씨는 “처음 만났을 땐 데면데면하더니 이내 휴대전화 번역기 등을 이용해 소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이들에겐 국경도, 장애도 없는 듯해 보기 좋았다”고 거들었다.
가회초교 전교생 16명은 우스리스크에서 온 학생들과 금세 친구가 됐다. 이들은 진주성, 국립진주박물관, 대형마트, 놀이동산 등 탐방·놀이를 함께 했다. 학교에선 드론·인공지능·가상현실 체험을 했고, 딸기 수확 체험도 했다. 김형수 가회초 교장은 “4박5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보람있게 보냈다. 그새 정든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눈물바다를 이뤄 혼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는 여름방학 때 우수리스크 답방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김현동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고 한국과 교류가 재개되면 좋겠다. 연해주에 있는 고려인과 후세 등이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국내 자치단체·교육기관 등과 소통하고 교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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