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초선 ‘역풍’에 잠행 모드…갈림길에 선 나경원

정대연·조문희 기자 2023. 1. 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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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적은 내부에” 홍준표 “출마 안 돼”…당내 고립 심화
나경원, 오늘 공식일정 안 잡아…나갈까, 말까 ‘장고’ 관측
현충원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8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표 선거 출마를 두고 나경원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출마로 기울던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과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대립하면서다. 당내에서 나 전 의원이 고립되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18일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잠행에 들어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아침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만난 기자가 당권 도전 여부 등을 묻자 “할 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내일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나 전 의원은 전날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결심은 거의 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화사 방문 직후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나 전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의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해임과 관련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실 참모·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탓으로 돌리자 사실상 윤 대통령이 이를 반박한 것이다.

김 실장 입장이 나온 직후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따라 규탄 성명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윤심을 내세운 김기현 의원은 이날 “많은 의원들 사이에서 나 전 의원이 대통령의 해임 결정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정식 가진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선거 출정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당내 인사들은 자칫 반윤(석열)으로 찍힐까 두려워 나 전 의원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초선 의원 성명에 대해 “여러 명이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전날 대통령실이 낸 입장에 대해서는 “사실을 정확히 알리는 의도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적은 내부에 있다. 분열이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김태흠 충남지사도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촉구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 전 의원을 둘러싼 논쟁 팩트체크’라는 글을 만들어 배포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은 공직이 아니며, 나 전 의원이 자리를 요구한 것도 아니라는 내용이다. 나 전 의원이 잠행 중에도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밝힌 것을 두고 여전히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의 윤 대통령과 윤핵관 분리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윤심 구애는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도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정대연·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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