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히틀러·나폴레옹? '막가는' 러시아 외교장관

김태훈 2023. 1. 18. 21: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규정하며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 국가안보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희망하는 스웨덴·핀란드에 대해서도 군사적 위협을 가함으로써 역시 나토 회원국이 되고자 애쓰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그건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브로프, 연두 기자회견서 미국 맹비난
"러시아 무너뜨리려 한 히틀러·나폴레옹
모두 실패… 미국도 결코 성공하지 못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규정하며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 국가안보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희망하는 스웨덴·핀란드에 대해서도 군사적 위협을 가함으로써 역시 나토 회원국이 되고자 애쓰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그건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연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 위해 유럽을 예속시키고, 우크라이나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싸잡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아돌프 히틀러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역시 과거에 같은 전략을 쓴 적이 있다”고 역사를 들먹였다.

히틀러는 나치 독일의 총통이던 시절인 1941년 6월 소련(현 러시아)을 전격 침공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2차 세계대전의 국외자였던 소련은 순식간에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며 군인과 민간인을 더해 27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겪는다. 독일은 한때 모스크바 턱밑까지 쳐들어가 소련의 숨통을 끊어놓는 듯했으나 매서운 겨울 추위, 그리고 소련군 장병들의 끈질긴 저항에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결국 1945년 5월 소련을 포함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제국의 황제이던 1812년 6월 당시 제정 러시아 원정을 감행했다. 나폴레옹이 자기 말을 안 듣는 영국을 제재하기 위해 유럽 대륙 국가들과 영국 간의 교역을 금지하는 이른바 ‘대륙봉쇄령’을 내렸는데, 러시아가 이를 어기자 응징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군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며 전쟁에서 승리하는 듯했으나,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철저히 파괴해 ‘유령 도시’처럼 만들어놓은 뒤 후방에서 기회를 노렸다. 결국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프랑스군의 참패로 끝났다.
1930∼1940년대 나치 독일의 총통을 지내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세계일보 자료사진
라브로프 장관의 말은 과거 러시아를 정복하려던 외국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히틀러나 나폴레옹에 비유하며 그 또한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패배자가 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을 퍼부은 셈이다.

‘국제정치학의 대가’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큰 충격을 받아 나토 회원국 가입을 신청해 거의 성사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핀란드·스웨덴을 겨냥해 “나토에 가입할 경우 상응하는 군사적 조처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중립을 포기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끔 만들겠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역시 나토 개입을 간절히 희망하는 우크라이나를 향해선 “러시아 안보를 위협할 어떤 군사시설도 우크라이나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8세기 말∼19세기 초 프랑스 황제를 지내며 유럽 전역에서 정복 전쟁을 일으킨 나폴레옹.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키신저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스웨덴·핀란드에 대해서도 “나토 확대는 곧 러시아와의 전면전 선언”이라며 확전 의지를 밝힌 것이란 풀이를 내놓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