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보다 ‘전위부대’로…‘윤심’만 보는 여당 초선
‘나경원 비판’ 성명 대놓고 동참
비윤 배척 ‘친윤 패권주의’ 비판
윤석열 대통령과 나경원 전 의원의 갈등 국면에서 1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친윤 패권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관철이 필요한 순간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익명 장막 뒤에서 목소리를 내던 초선 의원들이 이제는 전원 이름을 공개하며 나 전 의원 비판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공천이 불안한 사람들한테 줄 세우기를 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전날 낸 성명에서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데 대해 윤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비판했다.
성명서에는 당초 초선 43명이 이름을 올렸으나 이날 오전까지 7명이 추가돼 50명이 서명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총 63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 명단이 내년 총선 공천 살생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성명서 작성에는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박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의원들이 매우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성명서 발표는 당권 경쟁에서 나 전 의원을 견제하고 윤심이 향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추가로 올린 글에서 “오늘 발표된 3개 기관의 여론조사가 거의 비슷하다. 김기현 상승세+나경원 하락세”라며 김 의원을 지원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의원 측에서도 성명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윤심 관철 때마다 총대 멘 국민의힘 초선들…‘공천 줄 세우기’ 비판
초선 의원들은 윤심 관철이 필요한 순간마다 앞장서 목소리를 내왔다. 친윤계 박수영·이용·유상범 등 초선 33명은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부재한 상태의 최고위원회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당시 대통령실이 여당에 비대위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 입장을 취한 것도 초선들이 먼저 주호영 원내대표를 압박한 결과였다. 민심보다는 윤심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유리하도록 국민여론조사를 빼고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규칙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초선 의원 20여명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이를 두고 윤심과 공천을 빌미로 비윤 세력을 배척하고 당내 주요 결정을 주도하는 이른바 ‘친윤 패권주의’가 횡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공천이 불안한 사람들한테 줄 세우기를 한다”며 “이렇게 편 가르고 누구 하나 매장시킬 듯이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서에 서명한 초선 중 영남권 의원은 26명, 비례대표는 14명으로 80%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친박 패권주의’ 등을 거론하며 “역사는 반복된다. 공천 파동 등 총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시절 개혁성향의 소장파 모임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개혁성향 초선 모임 ‘민본21’ 등 보수정당 내 개혁의 전통이 사라지는 데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 중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데 대해 당내 비판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예전엔 큰 뜻을 품은 초선들이 들어와 당의 개혁을 주도하면서 당 지지층이 더 넓어질 수 있었다”며 “초선들이 대통령실의 돌격대가 된 모습은 당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광호·조미덥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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