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동결 가능성 시사..물가 상승률 3%면 가능

'금리정점론' 열어둔 이창용
"물가 안정 중점두되, 경제성장·금융안정도 고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되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상충(trade-off)을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변수로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으로 물가가 더디게 잡힐 수 있다는 점, 부동산 관련 대출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작년에는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갔기 때문에 경제성장이나 부동산 등을 걱정하기보다는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뒀다.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5%로 시작해서 연말에 3%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물가가 조정될 경우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동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되 금융안정을 고려하겠다"라며, 금리동결과 추가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바 있다.

이 총재는 "지금은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으니까 이것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한다"라며 "우리가 생각한 경로(path)보다 물가가 안 떨어지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고, 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경로보다 내려간다고 하면 어떻게 조정할지는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민하면서 봐야한다"고 재확인했다.

기준금리 인상 후 2~3년물 국채 금리가 떨어진 데 대해서는 "예상했던 바"라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연말 일어난 레고랜드 사태 후 한국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크게 늘었다. 기준금리를 올린 이상으로 시장금리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다가 그것이 많이 안정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졌다"라며 "국채는 리스크 프리미엄과 관련이 없지만 시장 전반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지면서 국채 금리도 같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물가가 떨어지고 경기 성장속도가 둔화되면 단기금리보다 중장기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엽스럽게 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하락 폭은 제약적일 것이다. 기준금리는 올라도 2~3년 국채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정과 관련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건전성을 볼때 부동산 시장에서 디스트레스가 있더라도 부문적(sectoral)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라며 경제전반으로 퍼지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를 펼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0.6% 수준이다. 과거 2011년 위기가 있었을 때 연체율이 15% 가까이 갔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과거 2.5% 정도로 높았다면 지금은 0.6% 수준"이라며 부동산 대출 리스크에 대한 과대 해석은 경계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 연체율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이건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현상"이라며 "우리가 모니터링을 해야겠지만 금융기관 건전성을 볼 때 위기가 올 것이라고 과장해서 얘기할 것도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정부가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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