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하루 80마리 '독수리 손님'…아주 특별한 식당
오늘(18일) 밀착카메라에서는 소문난 맛집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독수리들 사이에선데요. 이희령 기자가 찾아가 보니 그날 하루에만 손님 80마리가 다녀갔다고 합니다.
누가 이런 식당을 왜 연 건지, 함께 보시겠습니다.
[기자]
낙동강 옆에서 열리는 독수리 식당, 이날 메뉴는 도축을 하고 남은 소고기입니다.
[곽상수/독수리 식당 주방장 : 좋은 고기가 아니고요. 소의 부산물. 비용이 많다든지 이러면 좋은 고기도 주겠지만…]
식재료 80kg을 모래톱 위에 뿌리면 영업 준비가 끝납니다.
스무 마리 넘는 거대한 독수리 떼가 기다렸다는 듯 날아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3000km 떨어진 몽골에서 날아온 철새, 독수리입니다.
어느새 여든 마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곽상수/독수리 식당 주방장 : 주위에 있는 독수리들이 다 와요. 친구들을 부르겠죠. {소문난 맛집이네요.} 소문난 맛집 맞습니다.]
독수리 식당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가족은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감탄합니다.
[홍종림/경북 성주군 가천면 : 매번 볼 때마다 신비롭고 신기하고. 우리가 이걸 잘 보존해야 하겠다.]
독수리 식당에서 준비한 소고기는 동이 났고 영업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주 열리던 독수리 식당, 곧 문을 닫게 됩니다.
환경부가 합천창녕보 수문을 닫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수문을 닫으면 강물 수위가 올라가고, 모래톱은 다시 잠기게 됩니다.
[곽상수/독수리 식당 주방장 : 이 모래가 계속 유지되고 (독수리가) 잘 먹고 잘 갔으면 좋겠는데. '아이고, 왜 이러지' 이런 안타까움도 있죠.]
낙동강 일대엔 우리나라에 약 30마리밖에 없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호사비오리도 살고 있습니다.
이틀에 걸친 추적 끝에 암컷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호사비오리를 잘 볼 수 있다는 위치로 왔습니다. 멀리 떨어져서 관찰을 해서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데요. 망원렌즈 카메라로는 포착되고 있습니다.
암수 3쌍, 모두 6마리였습니다.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와 원앙도 포착됐습니다.
이 새들은 주로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구하기 때문에 보문이 닫히고 강 수위가 높아지면 영향을 받습니다.
환경부는 오늘, 보문을 닫아 낙동강 수위를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농사지을 물이 필요하단 농민들 요구 때문입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시설이 애초에 너무 짧게 만들어져 수위를 올릴 수밖에 없단 겁니다.
[환경부 통합하천관리TF팀 관계자 : 4대강 사업할 때 최저수위라든지 어떤 상황에 대비해서 낮게 취수구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예산이나 그런 게 문제가 있어서…]
환경부가 시설 개선 사업을 시작했는데, 합천창녕보 관련 공사에만 89억원이 들어갑니다.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 강은 공존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인간만을 위해서 쓰면 안 됩니다. 야생 생물들한테도 이 강이 고르게 평등하게 쓰여야 합니다.]
보문이 닫히고 물길이 막히면,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이 머물 곳은 사라집니다.
사람처럼, 새들에게도 쉴 곳이 필요합니다.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강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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